이러한 분열의 와중에 노 당선자의 가장 야심적인 공약은 당선 당일 밤에 밝힌 “대화와 타협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가겠다”는 것이었다.
정치에서의 분열이 국정 운영에 저해가 된다는 것은 대만 천수이볜 총통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다. 오랫동안 민진당을 이끈 그는 야당인 국민당과 정치적 합의를 이루지 못해 결국 대만의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켰고 경제 침체를 막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많은 대통령들이 세력 구축의 첫번째 행동으로 야당을 공격해 왔고 행정부의 권위로 국회를 조종하려 해 왔다. 노 당선자는 다행히 자신의 정당과 거리를 유지하고 있고 야당의 기회주의 정치인들도 멀리하고 있다.
노 당선자가 고건 전 서울시장을 총리 후보로 선정한 것과 총리 후보 청문회에 대해 야당의 협력을 구한 것은 필요한 선택인 동시에 입법부와의 협력을 기대케 하는 좋은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난해한 사항은 노 당선자가 국익을 추구함에 있어 여야가 합의하는 특수 분야에 측근이나 지지자들 이외의 사람을 영입할 수 있을지의 문제다.
그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등용한다면 측근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정부가 야당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그 뒤 햇볕정책 추구 과정에서 결정적 낭패 요인이 되었음을 고려해야 한다.
노 당선자가 장관을 기용할 때 자신의 정당 밖 인물들을 물색한다는 것은 대단한 정치적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한 일이다. 이때 천거받은 사람은 국익을 개인이나 당파적 이익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다.
웬만한 사람이면 국방이나 안보 분야의 많은 고위 인사들이 지난 대선에서 야당 후보를 지지했음을 알고 있다. 이들 분야는 국가의 이익이 정치적 이익보다 더 중요하며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세계에 전달하기 위해 국내의 합의를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이다. 경제분야에서도 한국을 동아시아의 허브로 개발한다는 등 몇몇 중요한 안건들에서 여야간에 폭넓은 합의가 있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도 정치는 치열한 싸움이다. 그러나 싸움의 한계, 혹은 넘지 말아야 할 경계 또한 확실하다. 과거 미국의 고립주의자이자 공화당 의원이었던 아서 반덴버그는 2차대전 이후 국제문제에서 트루먼 행정부와 공조했다. “정치싸움은 물가(국가 경계선)에서 그친다”란 그의 발언은 국내 정치가 외교와 관련된 국익에 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입장을 표명할 때 자주 인용되곤 한다. 최근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공화당 상원의원 윌리엄 코언을 국방장관으로 임명한 예가 있다.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노 당선자와 인수위는 정치 성향을 막론하고 국익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전문 인력에 대한 실리적 등용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정치 개혁의 물결을 타고 뽑힌 노당선자는 정치 성향 때문에 국익이 손상되지 않도록 국익 우선의 협력 문화를 창조해야 할 것이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국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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