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우물에서 물을 길어올리면 부유물처럼 기억의 편린들이 떠오른다.
찐쌀, 구멍난 벙어리장갑, 손풍금, 황금색 캐러멜…. 슬그머니 입가에 웃음이 맺히는 추억의 물건도 있지만 더 생생히 기억나는 것은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 아버지의 자애로운 눈길, 이웃집 아저씨의 너털웃음. 그 안엔 사랑과 인정 그리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64세의 저자는 대여섯살 무렵 한강가에서 놀던 어린 시절부터의 추억을 한 장 한 장 벗겨낸다. 폭탄 파편이 튀는 골목길을 뛰어다니며 자신을 찾던 어머니. 캐러멜을 훔치던 아이들을 붙잡아선 오히려 캐러멜을 하나씩 주면서 ‘먹고싶어도 참을 줄 알아야 한다’고 당부하는 구멍가게 아저씨. 우리도 그의 추억을 엿보며 잠깐이나마 나른한 행복에 젖는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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