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영국, 문학청년 테드 휴즈는 문학잡지 창간 기념식장에서 아름다운 시인 실비아 플라스를 만난다. 첫눈에 반한 이들은 곧 부부의 연을 맺는다. 이들 사이가 늘 평탄한 것은 아니었지만 두 아이와 함께 결혼생활은 지속돼 갔다.
결혼 6년째, 휴즈가 이웃의 아시아 위빌과 외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부부는 별거하게 된다. 플라스는 두 아이를 양육하며 초인적인 힘으로 시에 매달린다. 그러던 어느날 플라스는 오븐 속에 머리를 집어 넣은 채 가스를 흡입, 자살한다.
아내를 죽인 살인자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오래도록 침묵하던 휴즈는 플라스가 죽은 지 35년 만에 자신의 사랑과 결혼을 말해주는 88편의 사랑시를 묶은 ‘생일편지’를 플라스에게 바친다.
플라스와의 만남부터 그의 자살 이후까지 연대기 순으로 배열된 시편들에서 이들의 삶의 궤적을 좇을 수 있다. 첫 만남에서 플라스에게 반한 휴즈는 그에게 맹렬히 키스를 한다. ‘그녀는 대차게/나를 때려눕히려 했지. 나는 그날 저녁 그후의 일은/기억에 없어’ (문학잡지 창간기념식장에서)
청소년기부터 자살충동에 시달렸던 플라스는 딸의 출산으로 잠시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낸다. ‘이미 그대의 모습에 씌워진 죽음,/그 죽음의 가면을/아이를 낳음으로써 그대는 슬그머니 벗어났지’(출산)
‘생일편지’ 출간 뒤 8개월만에 휴즈는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원제 ‘Birthday Letters’.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6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