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국의 관공서, 교육기관 및 유명 포털사이트에 지도를 제공하는 이 회사의 결정은 의미가 크다. 동해라는 표기가 먼저이며 옳다는 우리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중요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또 표기 변경 이유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수많은 이용자들에게 한국인들의 주장을 간접적으로 전달해 주는 역할도 한다. 이처럼 큰 성과를 올린 것이 예산을 엄청나게 쓰는 정부가 아니라 반크라는 한 작은 네티즌 단체라는 점이 놀랍다.
▷반크는 ‘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의 영문 약자다. 1999년, 당시 대학생이던 박기태씨(30)가 펜팔을 위해 만든 사이트가 모체가 되었다고 한다. 외국 대학생들이 한국에 대해 너무 무지한 데 놀라 한국을 알리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반크를 조직했다. 이들이 그동안 바로잡은 오류들은 수없이 많다. 2000년 8월 세계 제일의 권위를 지닌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에 항의 e메일을 보내 지도에 일본해로만 표기하는 데 대한 사과와 병기 약속을 받아낸 것도 그중 하나다.
▷더 놀라운 것은 현재 1만2000여명의 반크 회원 중 70%가 초중고교생이라는 사실이다. 하나 하나로는 작고 약한 이들이 한데 뭉쳐 정부도 하지 못하는 큰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무기’는 단순하다. e메일로 잘못된 정보에 대해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논리적으로 시정을 요구하는 것뿐이다. 이들이 갖게 된 지식과 경험, 자긍심은 우리 모두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반크가 다음달부터 해외 유력 사이트와 교과서 출판사들을 상대로 우리 역사에 대한 잘못된 기술 바로잡기 활동을 집중적으로 벌이기로 했다고 한다. 이 ‘작은 거인’들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문명호 논설위원 munmh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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