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혹 감춰 신용추락 자초할 건가

  • 입력 2003년 2월 7일 18시 33분


대북 비밀송금 사건으로 우리 경제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금융계의 경고는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김대중 대통령과 정치권 검찰 현대 관계자들은 모두 이 경고를 명심하기 바란다. 지금 정치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로 이 의혹을 덮어둔다면 정부와 금융기관 대기업의 신뢰도에 치명적인 금이 가고 경제에 두고두고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금융계나 외국투자자들이 비밀송금 사건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기업주의 말 한마디로 수천억원의 돈이 사라지고, 정부가 국책은행의 불법대출을 좌지우지하는 일이 벌어지는데 그들이 불안하지 않을 리 없다. 국내 소액투자자들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지 않은가. 상장기업에서 수억달러의 돈이 해외로 송금됐는데 정부가 이것조차 투명하게 밝히기를 거부하면서 국가와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말할 수는 없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과 금융개혁을 주도했던 정부가 비밀송금에 직접 개입하고서도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이 없어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신뢰를 잃고 금융기관 대기업의 투명성이 의심받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는 이미 외환위기 때 경험한 적이 있지 않은가.

그렇지 않아도 북한 핵문제와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불확실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해외에서는 의심에 찬 눈으로 주시하고 있다. 해외 신용평가기관에서도 이미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고 통보했을 정도이니 자칫하면 국가신인도가 뿌리째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시간이 많지 않다. 하루바삐 의혹을 벗겨내지 않으면 새로 출범하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일단 신용등급이 추락하고 나면 늦다. 신용을 잃기는 쉬워도 회복하기는 어렵다. 대북 비밀송금의 의혹을 감추기 위해 경제기반을 송두리째 뒤흔들면서 국익 운운하는 것 자체가 국익을 해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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