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군철수 거론할 상황 아니다

  • 입력 2003년 2월 7일 18시 33분


미국발(發) 주한미군 철수론에 점점 무게가 실리는 것 같아 심상치 않다. 미국의 일부 언론과 보수파 싱크탱크의 학자들에 이어 미 정부 당국자들이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서 철수에 대한 공감대가 점점 넓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낸다. 정부는 노무현 당선자가 보낸 대표단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면담에서 “미군철수 문제가 다뤄지지 않았다”며 부인하고 있으나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특정인 한 사람이 아니라 미국 조야 곳곳에서 철수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금은 한미 어느 쪽에서건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할 때가 아니다. 북한의 핵문제로 촉발된 미국과 북한의 갈등은 마침내 양측이 험악한 설전을 벌일 정도로 악화됐다. ‘2개 전쟁 가능’을 장담하는 미국과 ‘미군에 대한 선제공격’ 경고로 맞서는 북한의 대결구도에서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평양에서는 등화관제 훈련이 실시되는 등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북한의 오판을 막기 위해서도 한미간에 틈을 보여서는 안 된다. 새 정부에는 새 정책이 필요하겠지만 한미동맹 관계에 상처를 주고 한반도의 안정을 저해하는 변화는 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의 한미관계는 동맹이라는 표현에 걸맞을 만큼 원만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정부와 노 당선자는 주한미군과 관련해 미국측에 어떤 얘기를 했고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명확히 밝히는 것이 옳다. 굴뚝에서 자꾸 연기가 나는데도 불을 지피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의혹을 부추길 뿐이다.

노 당선자는 자신이 보낸 대표단의 방문 이후 미국에서 주한미군 철수론이 더욱 부각된 이유를 헤아려 보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노 당선자의 한미동맹 관계 균형 재조정(rebalance) 요구에 대한 대응 카드로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지 않는가. 한미간에 오해가 있다면 초반에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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