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孫吉丞) 신임 전경련 회장은 7일 첫 기자회견에서 평소의 달변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재벌개혁에 대한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정부와 재계는 대립하는 존재가 아니고 국가의 성공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면서 언론에 동참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손길승표 전경련’이 새 정부와 소모적인 대결을 피하고 국가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일지 기대된다.
특히 손 회장은 “기업과 경제계가 국민의 사랑을 받도록 거듭나야 한다”며 ‘노블레스 오블리주’(가진 사람의 책임)를 강조했다. 새 정부의 정책이 기업에 대한 국민정서를 어느 정도 반영한다는 나름의 진단 때문일 것이다. 경제계에서는 “손 회장은 ‘나눔과 윤리의 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복안을 갖고 있을 것이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날 전경련 정기총회에 참석한 한 기업인은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와 마냥 소득 없는 말싸움만 계속할 수 없다는 계산도 있다”고 털어놓으면서 “그렇다고 전경련이 할 얘기를 못해선 안 된다”고 뼈있는 소리를 했다.
기업과 정부는 경제의 중요한 두 축이다. 국내외 경제여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재계와 정부가 서로 비난하고 갈등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협력할 때 협력하더라도 생각이 다른 부분은 명확히 비판하고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국민의 정부 초기처럼 정부의 강요에 밀려 전경련이 아무 말 못 하고 ‘빅딜’을 떠맡고는 나중에 “정부 압력 때문이었다”(전경련), “전경련 회장단이 자발적으로 합의한 일”(정부)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치열한 국제 경쟁 속에서 생존해야 한다는 ‘기업의 소명’과 ‘외부의 다양한 요구’ 사이에서 손 회장 특유의 여유와 조정능력이 어떤 돌파구를 찾아낼지 궁금하다.
기업과 정부가 국가를 위해 발전적으로 협력하고 건강하게 긴장하는 관계를 기대해 본다.
신연수기자 경제부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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