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로또복권 팔고 보자였나

  • 입력 2003년 2월 9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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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열풍이 사행심을 조장하고 근로의욕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하면서도 그나마 위안으로 삼은 것은 복권 수익금이 좋은 일에 쓰일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였다. 하지만 그 수익금을 받아 사용할 정부기관들이 어디에 사용할지 마땅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복권 팔기에 급급했다니 적잖이 실망스럽다.

로또복권은 판매액의 절반을 당첨금으로 주고 30%는 10개 정부기관이 나눠 쓰게 된다. 20%는 운영수수료와 판매경비로 지급된다고 한다. 수익금을 나눠 받게 되는 정부기관은 로또복권이 발행되기 전부터 주택복권 체육복권 기술복권 등 다른 복권을 발행해왔던 곳이다. 이들은 재작년의 경우 국내에서 49개 종류의 복권 7112억원어치를 팔아 1834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로또복권의 판매가 급증하면서 이들 정부기관은 엄청난 수익금을 챙기게 됐다. 지난 한 주일에만 정부기관에 배정되는 공익자금 액수가 무려 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니 이 추세라면 연간 수익금이 수조원에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정부기관들이 수익금을 지방자치단체에 나눠주거나 별도계획도 없이 기존 예산에 포함해 사용할 계획이라면 이는 복권발행의 명분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다.

애당초 로또복권을 발행하면서 그 수익금을 기존 복권을 발행하고 있던 정부부처들이 나눠 갖기로 한 발상부터 한심스럽다. 더구나 복권판매 수익금이 예상 밖으로 크게 늘어났다면 이미 복권을 발행하고 있던 정부부처들만이 기득권을 주장할 일이 아니다. 정부 예산으로 하기 어렵고 재정지원이 아쉬운 분야를 찾아 지원대상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요하다면 별도의 기금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부기관이 적당히 나눠 쓰거나 운영 판매기관들이 이익을 챙기기 위해 로또복권을 만들었단 말인가. 일부 복권 사업자의 주장대로 무리하게 추진되다보니 법적 근거도 없고 수익금의 처리방안도 미흡했다면 이번 기회에 복권 정책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박영균기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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