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을 위해 대규모 사업교환(빅딜), 대우그룹 해체, 수많은 금융기관의 통폐합 등 갖가지 아픔을 감수했지만 현대그룹이란 부실덩어리는 그대로 남았다.
참여정부를 내세운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취임을 보름 앞두고 증시는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1인 1표’라는 민주주의 원칙에 힘입어 16대 대선에서 당선된 노 당선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개혁을 이루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상속세 포괄주의’ ‘증권 집단소송제’ ‘재벌개혁’ 등….
이런 정책들은 ‘1인 1표’로는 20%에 불과하지만 자본주의 원칙인 ‘1주 1표’로는 80%를 넘는 주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선 이후 주식을 팔고 해외로 이민 가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일부 ‘큰손’들은 외국계 투자은행을 통한 투자를 위해 국내 주식을 처분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상당수 기업인들은 중국 등으로 공장을 옮길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가진 자와 대기업을 죄인시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 담당자는 “고객들이 경제상황에 대해 불안해하고 한국을 떠나서 살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문의하는 상담이 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개혁은 장기판의 졸처럼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든지 ‘짖는 개는 안 문다’는 속담도 있다. 개혁은 벽에 막히면 잠시 옆으로 비켜서서 템포를 늦추더라도 결코 뒤로 물러나지 않으면서 소리나지 않게 추진해야 한다.
부작용을 줄이는 실행방안을 만들어 개혁을 꾸준하게 진행해야 정치적으로 자유롭고 경제적으로 분배정의가 이루어진 풍요로운 사회가 구현된다.
일부 계층을 배제하는 개혁으로는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힘들 것이다. 개혁의 목표와 달리 투자 주체들이 빠진 썰렁한 무대에서 하향 평준화가 이뤄진다면 최대의 피해자는 가지지 못한 자가 될 것이다.
홍찬선기자 경제부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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