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입맛대로 수사 주체 고르나

  • 입력 2003년 2월 10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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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비밀송금 진상규명의 방법과 관련해 노무현 당선자 쪽과 민주당에서 여러 갈래의 이야기가 흘러나와 진의를 종잡기 어렵다. 이규택 한나라당 원내총무가 여당 중진이 검찰 수사로 가면 특별검사제 도입을 유보하겠느냐고 타진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은 “적절치 않은 제안”이라고 부인했는데 그렇다면 여당 중진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한 것인가.

행여 특검 공세를 물타기 하려는 전략이라면 떳떳하지도 않고 성공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특검제와 검찰 수사를 놓고 어느 쪽이 유리할지 저울질하는 속내를 들여다보면 아직도 의혹을 얼버무리고 넘어가려는 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검찰 수사를 못하게 막고 국회에 맡기기로 했다가 다시 검찰 수사를 검토하겠다니 한마디로 검찰의 체면은 안중에 없다. 검찰은 노 당선자가 수사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자 수사 채비를 차렸다가 김대중 대통령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버티고 노 당선자도 “국회에 맡기는 것이 좋겠다”고 물러서자 슬그머니 수사 의지를 접어 정치권에 휘둘리는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래 놓고 여당 일각에서 다시 검찰 수사를 받는 게 낫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는 것은 입맛에 맞는 대로 수사 주체를 고르려는 발상이다. 특검의 전례에 비추어 밑바닥까지 파헤치는 특검보다는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조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처럼 검찰을 정치권력의 하수인으로 보는 인식으로는 새 정부에서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요원하다.

청와대에서는 남북관계의 장래를 위해 현 시점에서 모든 것을 밝히기 어렵다는 논리를 펴고 있으나 의혹을 받는 당사자가 어느 선까지 공개해야 할지 정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숨기려고 하면 할수록 의혹이 더 커지는 상황이다. 일단 진상 규명과 함께 객관적인 검증을 거친 뒤 국익을 위해 비공개로 다루어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때 고려하더라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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