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高建씨도 엄격검증 예외 아니다

  • 입력 2003년 2월 12일 18시 33분


고건(高建) 국무총리후보만큼 공직 경험이 풍부한 사람도 드물다. 여러 정권에 걸쳐 도지사 대통령수석 장관 국회의원 국무총리 서울시장 등 국가의 주요직책을 두루 역임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그를 발탁한 것도 이 같은 공직 경험을 높이 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화려한 이력이 새 정부 총리로서의 공직 적격성까지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공직사회에는 그에 대해 ‘행정의 달인’이라는 평가와 함께 정권의 풍향을 좇는 무소신의 전형이라는 곱지 않은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어떤 검증절차도 없었던 시대상황이 관운(官運)을 보장해 주었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그에게 제기된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병역 문제에서부터 10·26, 5·17 등 국가비상사태 때 근무지를 피해 잠적했다는 의혹, 수서(水西)지역 택지분양 때 청와대 눈치만 보다 일을 키웠다는 논란, 97년 금융위기 당시 총리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환란책임론까지 다양하다. 장남이 특혜를 받아 벤처창업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점들에 대해 고 후보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국민 입장에선 흔쾌하게 납득되지 않는 부분도 없지 않다.

일주일 뒤 열리는 총리 인사청문회에서는 이런 의혹들이 속시원하게 파헤쳐져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각 당의 정략적 접근이 없어야 한다. 민주당은 통과의례식의 청문회 진행을 하지 말아야 하고, 한나라당은 자질이나 능력과 상관없이 정치적 이해관계부터 고려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새 정부의 첫 총리후보인 만큼 어느 때보다 더 치밀한 검증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지난해 세 차례 열렸던 총리 인사청문회는 국정수행 능력은 물론 높은 도덕성을 갖추지 않고는 총리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 주었다. 고 후보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 없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청문회를 통해 엄격한 공직인사의 전통을 확립해 가는 것은 국가 장래를 위해 참으로 소중한 일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