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업위기 대책 시급하다

  • 입력 2003년 2월 13일 18시 59분


세계무역기구(WTO) 농업위원회에서 마련한 농업협상 1차 초안은 2006년까지 쌀 수매 비용과 물량을 최고 60%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국내 쌀 농가에 주는 타격이 엄청나다. 국제시세에 비해 4∼5배 비싼 가격으로 정부가 쌀을 수매하는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3년 안에 쌀 정책을 근본적으로 뒤바꾸어야 하는 초읽기에 몰렸다.

이번 협상 초안이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것이 아니고 3년 동안 농산물 수출국과 수입국이 논의한 내용을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국회의 무대책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농업협상이 시작된 3년 전부터라도 쌀 생산 감축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더라면 급격한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었다고 본다.

우리 쌀값이 국제시세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것은 농촌 표를 의식한 정치적 고려 때문이었다. 쌀 소비가 줄어드는데도 쌀값이 매년 오르다보니 공급 과잉과 재고 증가로 쌀 보관비용이 간접비용까지 포함하면 수천억원에 이른다. 그런데도 추곡수매가를 2% 인하하는 정부안이 원안대로 국회동의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시될 정도로 농정은 왜곡됐다.

WTO 협상 추이에 맞추어 추곡수매가를 떨어뜨리되 도농간 소득격차가 커지고 농가 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농가소득 지원 대책은 절실한 과제이다. WTO는 농산물 가격을 지지하는 보조금을 금지하는 대신에 생산과 직접 관련이 없는 농가소득 보전을 허용하고 있다. 정부가 휴경보상제나 고령 농민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나 재원 확보가 관건이다.

일부 농민단체들은 WTO 체제 반대 등 대안 없는 감정적 구호에 매달리는 자세를 보이기도 한다. 국제사회의 규범이 한국에만 예외를 허용해줄 수는 없다. 공산품을 수출하는 무역규모 세계 13위의 국가로서 농업피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WTO 회원국이 지는 의무를 다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을 농민들에게 이해시키는 일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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