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누망'…위선에 짓밟힌 밑바닥 삶의 진실

  • 입력 2003년 2월 14일 18시 15분


◇누망/정도상 지음/366쪽 9000원 실천문학사

5·16을 둘러싼 60년대 초 격변의 시기. 비루한 삶으로 가득한 서울역 건너 양동을 배경으로 넝마주이 짝귀와 창녀 길자의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암에 걸린 한 할머니가 엘리베이터에서 60대 중반의 예비역 중장을 회칼로 찔러 현장에서 체포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국선변호사 채운주에게 살아온 내력을 풀어 놓는 살인미수범 길자.

군산의 한 보육원에서 자란 길자와 짝귀, 영필. 길자와 짝귀는 어린시절부터 서로 좋아한 사이. 몸을 팔게 된 처지를 비관하는 길자는 짝귀의 마음을 받아 주지 않는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제주에서 장교생활을 하는 영필은 정치범으로 수배를 받고 도피중인 범택을 밀고해 친구의 여자인 인희를 빼앗는다.

창녀촌을 탈출한 길자는 국토건설단에 끌려간 짝귀를 찾아 나서지만 결국 만나지 못하고, 짝귀는 친구 영필의 손에 죽음을 맞는다.

“지나간 시대를 이야기하기 보다는 그저 이루지 못한 사랑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작가 정도상(43)은 창녀의 순정한 사랑과 위선으로 점철된 군인의 면면을 대비시키며 인생과 삶이란, 또 국가가 갖는 의미란 과연 무엇인가를 독자로 하여금 자문하게 한다. 문학평론가 방민호는 “‘세상의 다리 밑’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한 진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누망(縷望)’이란 한 가닥 실낱같은 희망을 뜻한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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