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전설적인 가수이자 배우인 잉그리드 카벤의 삶을 그려낸 전기(傳記) 소설. 카벤의 남편이었던 영화 감독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 등이 생생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유년시절, 심한 피부 알레르기를 앓았던 카벤은 나서기를 꺼리는 내성적인 성격을 지니게 되지만 그의 노래하는 목소리는 신이 준 선물과도 같은 것. 그는 뮌헨에서 파스빈더 감독을 만나 10여편의 영화에 출연하기도 하고, 무대에서 노래를 통해 소외된 이들에게 온기를 전한다.
‘… 매 순간 그녀를 존재하게 하는 것은 그녀의 것이 아닌 조명, 음악, 말이었던 것처럼, 그것이 없다면 그녀의 삶은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없는, 마치 영화처럼 공연이 진행된다….’ 작가는 소설 속 유대인 샤를에 내재돼 잉그리드 카벤의 과거를 조금씩 끌어낸다.
1943년 크리스마스 밤, 시베리아 토끼 털로 만든 외투를 입은 네살짜리 잉그리드 카벤이 전쟁에 지친 군인들 앞에서 경이롭고 환상적인 목소리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부르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이는 50년 뒤 예루살렘에서 2차 세계대전의 희생자들을 앞에 두고 노래를 불렀을 때가 가장 떨렸다는 잉그리드 카벤의 고백과 겹쳐진다.
2000년 프랑스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원제 ‘Ingrid Caven’.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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