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변호사가 많다보니 변호사를 풍자하는 조크도 많다. 천국에 갔더니 변호사가 한 명도 없더라는 조크가 있다. 인간 세상에 살 때 변호사들이 죄를 많이 지어서 그렇다고 말하면 변호사들이 화를 낸다. 천국에는 착한 사람들만 살아 민형사 사건 수임이 안돼 모두 지옥으로 이사갔더라는 이야기다. 미국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면 앰뷸런스보다 변호사가 먼저 현장에 도착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변호사 비리는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사건 의뢰인에게 손해를 주고 나아가 사법적 정의를 훼손시킬 수도 있다. 다른 어떤 직종보다도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사법연수원을 졸업하고 변호사 등록을 앞둔 사람들에게 올해 처음으로 윤리시험을 실시했는데 3분의 1이 집단커닝을 했다고 해서 시끄럽다. 하필 윤리시험인가.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시험이라기보다는 집에서 해오는 리포트에 가까운 형식이었다. 한 곳에 모여 시험을 본 것이 아니라 문제지를 집에 갖고 가 법률서적을 참고하며 논술식 답안을 작성하는 방식이었다. 예비 변호사들이 집에서 작성하는 오픈북 시험이니 학창 시절의 리포트처럼 가볍게 생각하고 동료들의 모범답안을 카피해 냈던 모양이다.
▷정보화가 앞선 나라에서는 학교에서 숙제를 내줘도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내 짜깁기를 하는 바람에 인터넷 표절을 막기 위한 교사들의 고민이 크다. 인터넷 표절을 적발하는 프로그램까지 생겨났다. 변협이 등록을 앞둔 변호사들에게 윤리시험을 부과하며 윤리의식을 고양하려 한 충정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시험이라는 방식이 잘못됐던 것 같다. 새로 출발하는 변호사들에게 법조인이 갖춰야 할 윤리를 교육시킬 목적이었다면 시험보다는 연수 프로그램을 짜는 편이 더 합당했다. 그렇다고 마우스와 키보드 몇 번 두드려서 남의 답안을 복사해 제출한 예비 변호사들이 잘했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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