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한국노총 간담회에서 그가 ‘사회적 힘의 불균형’에 대해 말한 것도 평소와 달리 명료하지 않다. “현재 여론의 장을 지배하는 사회적 힘에서 경제계가 세지만, 앞으로 5년간 가치주장자들간의 불균형을 시정하겠다”는 얘기는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생략했거나 아니면 돌려 말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CEO 포럼에서 공기업 문제를 거론하면서 “CEO가 노조의 눈치만 살피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는데, ‘사회적 힘이 열세인 노조’와 ‘노조 눈치 보는 CEO’의 아귀를 맞추기도 어렵다.
이해가 상충하는 집단간 계층간의 엇갈린 요구 사이에서 노 당선자가 갈등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확실한 개혁의 방향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톤이 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조정기는 불가피하겠지만, 불필요한 혼선을 빚지 않으려면 원칙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사회적 힘의 불균형을 시정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자율원칙에도 반하고 시장경제원리에도 반한다. 우리 사회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사회적 균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단계는 벗어났다. 오히려 정부의 개입은 여론의 최종 수용자인 국민의 수요공급에 의해 자연스럽게 사회적 균형을 형성하는 시장기능을 왜곡해 부작용만 초래할 위험이 있다. 왜곡된 시장기능을 회복하는 것 또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요한다.
정부는 공정한 경쟁의 룰을 만들고 여건을 조성하면 된다. 개혁이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는 차원을 넘어 사회적 힘의 재편까지 지향하면 감당키 어려운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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