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뿐인 경우가 많다. 보통 사람은 가까이 있는 것만 보고 현명한 사람은 멀리 앞날의 것까지 본다. 심안(心眼)이나 혜안(慧眼) 같은 또 다른 눈이 있어야 현상 뒤에 숨어 있는 실체를 제대로 보고 거기에 맞게 대응할 수 있다. 바로 선견지명(先見之明)이다.
‘주가는 거래량의 그림자’라는 증시 격언이 있다. 주식투자에서 성공하려면 주가의 오르내림에 현혹되기보다는 실체인 거래량(대금)의 움직임을 놓치지 말라는 충고이다.
종합주가지수가 600을 밑돌았던 올 1월27일∼2월14일의 하루평균 거래량은 4억9853만주, 거래대금은 1조3674억원이었다. ‘9·11테러’로 주가가 현재보다 더 낮았던 2001년 10월9일∼11월13일의 거래량(5억3568만주)과 거래대금(1조6888억원)보다도 더 적다. 시장 에너지가 그때보다도 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무디스의 한국 신용등급전망 하향 조정, 국제유가 급등, 외국인 주식매도, 노무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종합주가는 570선에서 버텨 상승 반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다우지수가 지난 주말 158.93포인트(2.05%)나 오른 7908.80에 마감해 5주만에 오름세를 나타낸 것도 긍정적 요소다. 하지만
주가는 단기적으로 수요와 공급 및 심리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심리와 수급이 호전됐음을 나타내는 지표가 바로 거래량과 거래대금이다. 주가가 본격적으로 오르려면 종합주가 600∼700일 때 하루 평균거래량(6억5844만주)과 거래대금(1조8669억원)을 넘어서는 게 필요하다.
‘논어’에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라는 말이 나온다.
주가가 올라 돈을 벌 것이라는 기대와 증시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하는 일이 조화를 이뤄야 성공투자자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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