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구 참사 신속한 후속조치를

  • 입력 2003년 2월 20일 18시 45분


죽은 이들은 말이 없지만 어처구니없는 사태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통곡 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다. 막막한 어둠 속에서 유독가스와 불길에 휩싸여 죽어간 이들을 생각하면 살아남은 가족이 더 고통스럽다.

국가적 재난 앞에서 우리 모두가 비명에 간 넋들을 애도하고 유족들의 슬픔을 위로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른 보상금을 신속하게 지급하고 유족을 돕는 일은 다른 행정업무에 우선해 처리돼야 한다. 대구시민들의 교통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지하철이 이른 시일 내에 다시 소통돼야 한다. 시신을 확인하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낮에는 사고대책본부 주변을 서성이고 밤에는 잠을 설친다. 첨단과학 수단을 동원해 훼손된 시신의 신원을 밝혀내 유족을 찾아주는 일이 급하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사고에서 교훈을 찾아내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화재 테러 등 비상시 대처 요령을 손질하는 일이다. 인재(人災)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는 조직은 같은 재난이 다가오더라도 피해가지 못한다.

대구 사고 이후 지하철 승객이 20%나 감소했다고 한다. 그만큼 시민들에게 주는 충격이 컸다. 시민들이 마음놓고 타고 다니는 안전 지하철을 만들자면 당장 해야 할 일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대부분의 서울시내 지하철역은 승강장과 계단이 좁아 출퇴근 시간대에 혼잡도가 극에 달한다. 열악한 조건에서 작은 사고라도 터지면 대규모 인명피해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 지하철 승강장과 통로를 넓히고 차량의 내장재를 불연재로 바꾸는 일은 아무리 예산이 많이 들더라도 해나가야 한다. 지하철을 테러나 우발적 범행으로부터 보호하는 제도적인 계획도 세워야 한다. 이런 노력들은 모두 서둘러 추진되어야 할, 넓은 의미에서의 대구 참사 후속조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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