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한일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와 최근 급속한 실력 향상으로 세계축구 돌풍의 진원으로 자리잡은 한중일 축구. 묘하게도 3국이 나란히 ‘파란 눈’의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이들은 성격과 축구 철학, 전술이 판이하다. 극동축구의 패권을 놓고 전개될 ‘축구 삼국지’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포르투갈 출신의 쿠엘류 감독은 온화한 성격이지만 야심이 대단해 ‘덕장’ 유비에 비견된다. 네덜란드인 한 감독은 4개 국어에 능통한 스포츠매니저 출신으로 영리하고 지략이 뛰어난 ‘지장’ 조조, 선수 시절 최고의 스타로 이름 날린 브라질 출신 지코 감독은 자존심 강하고 굽힐 줄 모르는 ‘용장’ 손권을 닮았다는 게 축구전문가들의 분석.
이들은 취임 일성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자신감이 없었다면 이 넓은 땅에 발을 딛지 않았을 것이다.”(한 감독) “일본 축구는 월드컵에서 충분히 4강에 오를 실력이 있다. 왜 스스로를 낮추는가.”(지코 감독)
이에 비해 “한국 축구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월드컵 4강 신화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코엘류 감독의 첫 일성은 겸손하게 들린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내년 아시안컵에서 최고의 성적을 낸 뒤 2006년 독일월드컵 사령탑의 자격을 심판 받겠다”는 말에선 만만찮은 야심이 드러난다.
3명 모두 스타플레이어 출신이지만 지도자 경력은 쿠엘류 감독이 앞선다. 포르투갈팀을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4강으로 이끈 주인공이 바로 그다. 반면 한 감독과 지코 감독의 경우 국가대표 사령탑은 이번이 처음.
선호하는 전술도 판이하다. 쿠엘류 감독은 압박축구와 세밀한 패스를 위주로 한 공간축구를 추구하는 형. 지코 감독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한 화려한 공격축구, 한 감독은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토털축구의 신봉자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코 감독과 한 감독 모두 월드컵 4강국인 한국의 쿠엘류 감독 타도를 일차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 쿠엘류 감독과 지코 감독은 4월16일 한일전에서 일합을 겨루게 된다.
한 감독과 지코 감독은 이미 팀 조련에 들어갔다. 쿠엘류 감독은 27일 내한한다. 거스 히딩크(한국)-필리프 트루시에(일본)-보라 밀루티노비치 감독(중국)의 대결에 이은 ‘신(新)축구 삼국지’가 이제 막이 오른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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