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부는 21일 현재 제대로 준비를 할 수 없는 형편이다. 파월 장관이 만나고자 하는 ‘내정자’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파월 장관의 경우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중국 외교담당 첸치천(錢其琛) 부총리,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했던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외무차관 등도 모두 차기 정부의 외교라인 핵심 관계자를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으나 새 정부측은 “아직 외교라인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취임 축하 사절로 방한하는 외국 정부의 고위 외교 관계자들이 새 정부의 외교 당국자들과 만나려는 의도는 자명하다. 특히 북한 핵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노 당선자가 연일 “미국의 대북 제재나 공격 방침에 반대한다”고 말하는 점에 비추어 이들은 새 정부의 속내와 북핵 사태에 대한 대안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물론 외교 라인을 신중하게 고르는 것도 좋고, 외교부 장관의 경우 국무총리의 인사 제청권 행사라는 절차를 거치겠다는 의도라면 비난만 할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취임식을 나흘 앞둔 시점에서 ‘노무현 정부의 외교사령탑이 누구냐’는 질문이 나오는 상황이 최근 한반도 정세의 급박함이나 국익을 감안할 때 보통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국회인준까지는 몇 달의 시간이 걸리지만 외교라인의 내정은 일찍 마쳐 ‘외교의 연속성’이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2000년 12월 대선 승리가 최종 확정된 직후 바로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파월 장관,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등 외교라인의 핵심 관계자들을 인선했다.
혹시라도 이 같은 외교라인의 인선 지연이 ‘인재 풀의 한계’뿐 아니라 외교적 연속성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인식부족에서 온 것이라면 더욱 큰 문제다.
부형권기자 정치부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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