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내가 해준 건 라면 한 그릇과 ‘갔다 와…’라는 한 마디뿐이었는데…. 졸업 선물도 주지 못했는데 국화꽃을 얹어야 하다니, 정말 미안해. 그대는 나의 형제이자 친구이자 연인이었습니다! 누나를 떠나보내는 동생이….”
23일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현장인 중앙로역 구내에는 유가족과 시민들이 화마(火魔)에 죽어간 희생자들을 기리며 쓴 글로 가득 차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어머니(박정순·32)를 잃고 고아가 된 삼남매 중 맏딸인 엄수미양(7)은 엄마에게 쓴 편지에서 “엄마가 보고 싶고, 아주 섭섭하고, 엄마를 만나면 말도 잘 듣고 심부름도 잘하고 그러고 싶어요”라고 적었다. 수미양은 “우리 엄마 보고 싶어요. 우리 엄마 하늘로 보낸 사람 없었으면 좋겠어요”라며 눈물의 편지를 띄웠다.
딸 윤지은씨(25·대구대 교육대학원)를 잃은 부모는 “아빠 엄마 살 날이 백년이면 뭣하나. 너 간 곳, 내가 (대신) 가고, 내 딸 다시 온다면 무엇을 망설일까, 무엇이 아까울까…”라며 북받치는 설움을 표현했다.
이날 생일을 맞은 희생자 김향진씨(23·계명대 공예디자인과 4년)의 후배는 “향진이 언니! 하늘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생일 축하드려요. 사람들은 마치 언니의 생일을 알기라도 하듯이 촛불에 불을 밝히네요”라고 썼다.
대학생인 아들과 대학에 입학하는 딸이 한꺼번에 변을 당한 도순재씨(49)는 “사랑하는 아들딸아, 천국에서 편히 쉬렴. 아비는 아무 할 말이 없구나”라고 애절한 부정(父情)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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