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DJ정부를 타산지석으로

  • 입력 2003년 2월 23일 19시 07분


오늘 오후 동교동 사저로 돌아가는 김대중 대통령의 뒷모습을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5년 내내 가슴에 담아두어야 한다. DJ정부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것이 첫 번째 과제임을 인식하면서, DJ의 과(過)만 떠안는 자세로 국정에 임해야 한다. 그것이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국가지도자에게 부여된 소명이다.

노 당선자는 정치적 인간적 은원(恩怨) 때문에 판단을 그르쳐서는 안 된다. DJ나 선거 공신들에 대한 부담감은 물론 대선 때 비협조적이었던 여권 내 인사들이나 경쟁 상대였던 야당에 대한 섭섭함을 모두 털어 버려야 한다. DJ 집권 초 공신 관리 및 대야관계 정립의 실패가 두고두고 여권 내 반목 및 정국 파행의 요인이 됐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DJ의 독선과 아집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노 당선자는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남남(南南)갈등과 보혁갈등을 유발하고 대북 뒷거래 의혹으로 퇴임하는 순간까지 DJ의 발목을 잡고 있는 햇볕정책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목적에 대한 지나친 가치부여와 자기확신이 DJ의 이성을 흐리게 했다는 지적을 유념했으면 한다.

노 당선자는 또 당대의 성과와 업적에 대한 집착이 DJ의 퇴장을 더욱 쓸쓸하게 만들고 있음을 깊이 새겨야 한다. 왜 잘한 것은 칭찬하지 않고 잘못한 것만 들춰내느냐는 불만은 최고지도자에겐 금물이다. 그것이 자칫 언로 봉쇄로 이어지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왕적 대통령이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누구라도 ‘권력의 성’에 갇히면 어쩔 수 없이 그 길을 가게 된다.

결국 모든 문제는 인사로 귀착된다. 비슷한 색깔에 비슷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대통령을 둘러싸는 것은 위험하다. DJ정부의 정실인사와 역(逆)지역편중 논란, 꼬리를 문 각종 게이트와 DJ의 두 아들 구속도 그에 연유한다. ‘끼리끼리 문화’를 지양하고 언제나 귀를 활짝 열어야 한다는 게 DJ가 노 당선자에게 남겨 준 가장 중요한 교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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