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진정한 참여의 시작은 통합이다

  • 입력 2003년 2월 24일 19시 06분


새 대통령을 맞는 국민의 마음은 한결같다. 선거 때 누구를 찍었든 모두 새 대통령이 잘해 줬으면 하고 바란다. 어제 보도된 본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4%가 ‘노무현 정부가 잘할 것’이라고 답한 것도 단순한 평가와 전망이 아니라, 간절한 기대와 희망을 담고 있다고 하겠다. 거기에 적과 동지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무리한 개혁추진으로 인한 사회불안, 여야대립으로 인한 정치불안, 대미관계 악화 및 한반도 긴장고조, 재벌개혁과 노사문제로 인한 경제불안 등을 우려하는 국민이 76%나 된다는 점도 유념했으면 한다. 불안과 우려에 있어서도 노 대통령에 대한 반대자와 지지자의 구별은 별 의미가 없다.

노 대통령 지지자의 불안은 전환기에 흔히 있을 수 있는 변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는 다르다고 본다. 현안마다 정치성향에 따라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우리 사회의 갈등구조에서 불안의 원인을 찾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의 소수정권인 노무현 정권에는 출범 초부터 꽤 힘든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 DJ정권 출범 때보다도 나라 안팎의 상황이 엄중하고 여건 역시 열악하다. 5년 전엔 국난극복을 위한 국민의 결집된 의지가 있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노 대통령의 현실정치 기반도 아직은 취약하다.

따라서 새 정부가 ‘참여정부’를 표방한 것도 소수정권의 한계를 극복하고 개혁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작년 대선을 전후해 심화된 세대간 계층간 지역간 간극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자칫 편가르기식 분위기가 자발적 국민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장애가 될 수도 있다. 개혁의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이리 갈라지고 저리 나눠져 국민만 피곤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데 노 대통령의 고민이 있을 것이다.

결국 진정한 참여와 개혁의 출발점은 국민통합일 수밖에 없다.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DJ정권 하에서 국론분열 양상으로까지 치달은 햇볕정책을 둘러싼 보혁갈등을 푸는 일이다. ‘평화번영정책’으로 포장만 바꾸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컨센서스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대북 뒷거래 의혹을 깔끔히 해소하는 게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대북정책에 대한 이견으로 벌어진 한미간 공조의 틈새도 신속히 메워야 한다. 한미관계에 대한 이념적 접근은 위험하고, 미국이라는 현실을 인정하는 실용적 자세가 필요하다. 노사문제나 재벌개혁도 마찬가지다. 당위도 좋지만, 경제 파급 효과나 국가경쟁력까지 두루 고려하는 입체적 사고가 요구된다.

새 정권이 야당이나 언론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개혁의 속도와 방법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고 적대시하는 것이나, 합리적인 견제나 비판조차 반개혁이나 수구로 몰아붙이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 다수 국민을 지지기반으로 하거나 독자로 갖고 있는 야당이나 언론은 어느 경우에도 ‘기피 대상’으로 여겨선 안 된다.

노 대통령 스스로 ‘절반의 대통령’이라고 규정한 만큼 나머지 절반의 마음을 열어 동참을 유도하는 게 개혁 성공의 관건이다. 노 대통령이 통합과 포용의 정치로 5년 후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기를 기원한다.

  • 좋아요
    1
  • 슬퍼요
    0
  • 화나요
    1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1
  • 슬퍼요
    0
  • 화나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