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BS MBC 임직원들에게서 자주 듣는 소리다. 이 물음에는 사장 인선의 전말을 사내(社內)에서는 알 수 없다는 뉘앙스가 배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역대 사장의 인선에는 청와대의 뜻이 결정적이었다.
이 말에는 25일 출범하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청와대의 의중이 사장 선임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는 예단이 들어 있다.
11일 방송위원 9인의 임기가 모두 끝난 방송위원회도 다르지 않다. 새 위원장을 비롯해 위원회 구성에 ‘대통령의 뜻’을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한 위원은 “방송계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대통령의 측근이 J씨냐, L씨냐”고 묻기도 한다.
1일 임기가 끝난 한국방송광고공사의 사장도 공석이다. 당초 노무현 대통령 취임 전에 임명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임명권자인 새 문화부장관의 취임 이후로 미뤄졌다.
대통령은 방송위원장과 KBS 사장에 대한 임명권을 갖고 있다. MBC 사장도 방송위가 선임하는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의 이사들이 정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의중’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법 논리상으로 보면 대통령은 인사권을 통해 두 방송사를 좌우할 수 있는 셈이다.
제도적인 견제 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방송위의 민간 독립 기구 시스템이나 KBS 이사회가 갖고 있는 사장에 대한 임명 제청권이 그런 장치에 해당한다. KBS 이사회가 대통령의 뜻과 다른 사람을 제청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방문진 이사회가 2001년 김중배 사장을 선임한 것도 김대중 정부의 뜻과 달랐다고 한다.
그런데도 5월 임기만료를 앞둔 KBS 사장과 현재 공석인 MBC 사장에 대해 ‘내정설’이 퍼지고 있다. 이 같은 내정설이 KBS 이사회나 방문진의 자율적인 논의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방송계 안팎에서 여전히 정권측의 ‘낙점’을 당연시하는 것은 사실상 권력 주도로 이뤄져온 방송계 인사 관행에 대한 불감증이자 우리 방송의 ‘서글픈 현주소’다. ‘국민이 대통령’이라는 시대에 방송의 주인은 누구여야 할까.
허엽기자 문화부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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