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본보-KOICA '국제 인지도']당신의 세계화 점수는?

  • 입력 2003년 2월 26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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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18일 실시한 ‘한국인의 국제인지도’ 조사 결과는설문 작성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예상치(평균 40∼60점)를 밑도는 수준(33.9점)이었다.

그러나 응답자들은 “재미있다” “평균이 몇 점이냐” “나는 몇 점이냐”는 등 자신의 국제인지 수준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냈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객관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답률이 25%(응답자 4명당 1명) 이하인 문항이 반(5문항)이나 된다는 점과 연령별 성별로 취약한 문항이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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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정답률을 보인 문항=가장 낮은 정답률을 보인 문항은 ‘유럽연합(EU)의 본부가 있는 곳(도시)’을 물은 것. 정답인 브뤼셀(벨기에)이라고 답한 이는 10.1%였다. 이는 유럽이 단일 화폐인 유로를 사용하고 유럽 의회가 있으며, 단일 대통령제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 비춰 보면 높지 않은 비율이다.

다음으로 낮은 정답률을 보인 문항은 ‘본사가 미국에 있는 기업’이다. ‘GE(제네럴 일렉트릭)’라고 정답을 말한 이는 16.4%.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세운 GE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으로부터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가장 많이 선정된 기업이다. 전기기기를 중심으로 20만종이 넘는 제품을 생산해 왔다.

조사를 진행한 코리아리서치센터(KRC)는 “이 문항의 선택지 5개 가운데 ‘더 타임스’를 미국에 본사가 있는 기업이라고 가장 많이(21.9%) 답했다”며 “이는 아마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런던 타임스’라고도 불리는 ‘더 타임스’는 1785년 창간됐으며 현존하는 전 세계 일간지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내년(2004년) 하계 올림픽을 개최하는 도시(그리스 아테네)를 묻는 설문에도 정답자가 20.4%에 불과해 세 번째로 낮은 정답률을 보였다. 가장 많은 응답자(21.0%)가 답한 도시는‘베이징(北京)’이었다. 베이징은 2008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다.

이에 반해 ‘9·11테러’의 배후는 오사마 빈 라덴(78.5%)이며, 서울과 도쿄의 시차는 없다(44.0%)는 사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았다.

▽연령별 성별 특성=연령대별 인지도는 30대(40.3점) 40대(38.7점) 20대(34.8점) 50대 이상(23.9점)의 순서였다.

EU 본부의 소재지를 묻는 설문에 대해 20대의 32.2%가 ‘모르겠다’는 대답을, 34.9%가 스위스의 제네바라고 대답했다. 특히 대학생의 41.7%가 제네바라고 답했다. 이는 각종 유엔 기구 본부가 제네바에 많이 있음을 알고 있는 대학생들이 EU 본부 역시 이곳에 있을 것으로 추측한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50대 이상의 39.6%는 ‘9·11테러’의 배후가 오사마 빈 라덴임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남성은 ‘핵무기 비보유 국가(독일)’를 묻는 설문에 33.9%(여성 10.9%), ‘신임 중국 공산당 총서기(후진타오·胡錦濤)’를 묻는 설문에 36.0%(여성 12.5%), ‘EU 본부 소재지’를 묻는 설문에 15.0%(여성 5.4%)가 정답을 내놓아 여성보다 3배 안팎의 높은 정답률을 보였다.

▽설문 작성 과정=동아일보 특파원 및 국제부 기자 20명, 자문 교수 2명이 4차례에 걸쳐 설문 작성 및 선별 과정을 가졌다.

특파원 및 기자들은 1월 초 ‘국민의 국제 인지도를 파악할 비중 있는 설문’이라는 기준 아래 지역별 분야별로 문항들을 만들어냈다. 여기서 만들어진 220개의 문항을 놓고 ‘시사성과 실용성’을 기준으로 2차 선별에 들어갔다.

2차 선별을 통과한 50개의 문항에 대해 서울대 외교학과 신욱희 교수, 고려대 정외과 현인택 교수에게 조언을 구했다. ‘대졸자의 절반 안팎(40∼60%)이 정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문항’이 기준의 하나였다. 자문 결과를 반영해 다시 난이도를 조정했다. 이 과정에서는 ‘설문 전체가 지역별 주제별로 균형감을 갖췄는가’도 중요한 기준이 됐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1인당 대외원조액▼

1991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설립되어 본격적인 국제협력 활동이 시작된 지 12년이 지났지만 국민의 국제협력 활동에 대한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았고 대외무상원조에 대해서도 비교적 소극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개발도상국 무상원조’ 사실을 아는 국민은 42.5%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으며 특히 20대 젊은층의 인지도가 30%에 미치지 못한 점은 기대 밖이었다. KOICA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26.0%로 4명 중 1명 정도였다.

2000년 기준 1인당 5달러 정도인 대외원조기금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세금을 더 부담할 용의가 있다’는 사람은 3명 중 1명 정도(33.8%)에 그쳤고 58.0%는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적정 대외원조 수준에 대해서도 1인당 ‘5달러 내외’ 즉, 현재 정도만 하라는 의견이 44.9%로 가장 많았다. 1인당 5달러는 국민소득 수준이 비슷한 그리스나 포르투갈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경제사정이 어려울 경우 대외무상원조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서는 ‘국제협력 및 장래에 대한 투자임을 감안할 때 가능한 한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43.8%)보다는 ‘국내 경제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지원을 축소 혹은 중단해야 한다’는 소극적인 태도(52.6%)가 우세했다.향후 무상지원 대상 지역으로는 현재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아시아(36.9%)와 함께 아프리카(39.0%)를 많이 꼽았고, 국제협력 활동은 ‘외교 정치적 협력관계 증진’에 목표를 두기보다는 ‘인도주의 실천’이나 ‘경제 문화적 해외 진출 기반 확보’, ‘국가 이미지 개선’ 등을 더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선미 전문위원 sunny60@donga.com

▼전문가 기고▼

이번 조사는 우리 국민의 국제사회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규범과 문화 수준을 말해 준다 하겠다. 이를 개선하려 할 때 백과사전식 지식 습득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열린 세계화’를 지향하고 쌍방 통행의 국제화에 나서야 한다. 우리가 세계를 알 뿐 아니라 세계가 우리를 알게 하는 과정을 통해 세계와 호흡을 같이 하는 사회가 되게 해야 한다. 그 같은 사회의 바탕은 세계의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에 대한 보편적 가치를 함께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세계의 정치 경제 문화 등에 대한 전사회적 교육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초중고교의 세계화 교육을 강화하고 대학에서는 세계화 과목을 교양 필수로 하는 것도 방법이다. 시민교육도 이런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 언론 방송은 열린 세계화에 대한 장기 플랜을 마련하고 보다 많은 지면과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젊은이들이 세계를 이해하고 기여할 수 있는 기회(봉사 연수 등)를 제도적으로 확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외무상원조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의 인식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정부가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폐쇄적 민족주의 성향을 벗고 국제 규범, 문화를 이해하고 국제적 기여를 높일 때에만 진정한 세계 일류국가가 될 수 있다. 세계를 알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도 모른다는 것의 역설적 증명이다.

현인택 고려대 정외과 교수·국제정치학

▼김석현 국제협력단 총재 "한국, 이젠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 도와줘야죠"▼

한국국제협력단(KOICA)는 외교통상부 산하 기관으로 한국의 갖가지 대외 원조 지원 활동을 맡고 있다.

이번에 본보와 함께 ‘국제협력에 대한 국민의견’ 조사를 실시한 KOICA의 김석현 총재(사진)는 조사결과에 대해 “한국이 개도국들을 무상 원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응답자가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바뀐 우리의 위상을 안팎에 알리는 작업에 좀 더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국제사회로부터 127억달러를 원조받았다”며 “이제는 이를 차츰 국제사회에 돌려줄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응답자의 44.9%가 대외원조 금액을 현재 수준인 국민 1인당 5달러 정도로 하자고 답한 데 대해 “우리와 소득수준이 비슷한 뉴질랜드가 34달러, 포르투갈이 30달러, 그리스가 25달러인 점에 비춰 보면 한국이 남을 돕는 데 인색하다는 오해를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특히 ‘원조를 하는 나라 입장에선 무상원조보다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는 유상 원조가 좋지 않으냐’는 통념에 대해 “유상원조의 경우 돌려받기 힘든 게 현실이며 악성부채가 되면 도리어 원조해 준 나라와의 관계가 악화되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상원조의 경우 ‘한국 기업의 현지 병원 준공 등에 쓴다’는 등 조건을 달아서 주는 경우가 상당해 결국은 한국인들에게 ‘돌아오는’ 원조”라고 설명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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