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원재/日언론 ‘盧정부 걱정’

  • 입력 2003년 2월 26일 18시 31분


한국의 노무현(盧武鉉) 정권 출범을 소개한 26일자 일본 조간신문의 화두는 ‘시련’이다.

아사히신문이 새 정부의 과제와 전망에 대해 다룬 시리즈 컷은 ‘시련의 노무현’. 산케이신문의 해설기사 제목은 ‘민주화 대통령의 시련’이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전하면서 제목을 ‘대화 중시 한국 정부에 시련’이라고 뽑았다.

‘노무현 외교 시계불량(視界不良)’(도쿄신문) ‘신정권 험난한 출항’(요미우리신문) 등 새 정부의 앞날을 걱정스럽게 보는 시각이 역력했다. 월드컵축구대회 이후 형성된 한일간 밀월 분위기나 그간 한국관련 보도의 우호적인 논조를 감안하면 낯설게까지 느껴진다.

노 대통령이 당선된 뒤 일본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면서도 대체로 ‘경탄’ 쪽으로 모아졌었다. 지식인들은 한국의 인터넷 열풍과 세대교체 열기를 시대변화에 둔감한 일본 사회와 비교해 “한국이 일본과 다른 이유”라고도 했고, “왜 일본은 한국처럼 바뀌지 못 하느냐”고 탄식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취임식이 끝나 ‘현실의 대통령’이 되자 ‘경탄’이 ‘시련’으로 바뀌었다.

대북(對北) 정책에서 각종 개혁에 이르기까지 충고의 내용을 숙독하다 보면, 이웃나라 대통령의 취임에 재를 뿌리려는 의도로는 보이지 않는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이 남북문제에 ‘당사자 의식’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미일 공조의 중요성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젊은 개혁론자들이 중용되겠지만 이들의 수완은 미지수다”, “야당이 다수파인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새 정부가 첫발을 내디딘 지금, 지레 앞날을 비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고, 이런저런 이해관계도 맞물려 있는 이웃의 시각은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노 대통령의 애창곡인 ‘아침이슬’은 현실에 닥친 시련을 극복하는 모습을 그린 노래다. 노 대통령이 취임 때부터 눈앞을 가로막고 있는 시련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이들 시련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

박원재기자 도쿄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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