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전력만 탓하기엔…

  • 입력 2003년 2월 28일 15시 21분


다윗이 자신보다 몇 배나 덩치가 크고 힘이 센 골리앗과 맞서 싸울 때 불평만을 늘어놓았던가?

지난 27일 배구슈퍼리그 남자실업부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결승전 1차전은 한국 남자 배구 양강이 겨룬다고 볼 수 없는 일방적인 경기였다.

삼성화재는 신진신과 장병철의 쌍포를 앞세워 현대캐피탈을 1시간만에 3-0으로 완파.

현대는 경기 초반이었던 1세트에서 10-10으로 맞섰던 것이 전부였고 이후에는 삼성이 경기를 완전히 장악하면서 현대는 매 세트 10점 대에 머무르는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지난 6년간 정상을 차지했던 삼성화재의 전력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후인정, 방신봉, 이호 등 현대캐피탈 역시 수많은 스타급 선수들을 데리고 있는 것이 사실.

선수 개개인을 놓고 볼 때 현대가 삼성에게 크게 뒤질 것이 없는데도 경기만 하면 무기력하게 패배하는 것을 보면 분명 지도자의 능력과 조직력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밖에는 없다.

삼성이 이번 시즌에서 전승을 기록하고 있지만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는 풀세트 접전을 여러 번 치르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대한항공은 삼성화재의 강점을 약점으로 바꾸어 물고 늘어진 것이 그 비결.

신진식, 장병철의 강한 스파이크에 대해 일단 블로킹으로 약화시킨 다음 수비 2선에서 받아내어 역습을 노리는데 치중한 것이 효과를 본 것이다.

블로커들이 삼성화재의 세터 최태웅의 토스 습관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던 것도 접전을 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

그렇다면 대한항공에 비해 블로킹에서 단연 우위를 점하고 있는 현대가 삼성에게 맥을 못추는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선수를 기용하는 용병술과 자신의 팀에 맞는 선수를 발굴하는데 부족했기 때문.

현대의 방신봉, 윤봉우 등은 높은 블로킹 높이를 갖고 있지만 다리가 느려 삼성의 빠른 오픈 공격을 막기에는 부적합한 것.

그렇지만 정작 현대 송만덕 감독은 자신의 능력 부족보다는 삼성의 전력이 너무나 강하다며 삼성을 꺾는다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기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양대 감독 시절 최고의 선수들을 데리고 대학남자배구의 최강팀을 구축했던 송만덕 감독.

이랬던 송 감독이 지금 팀의 전력과 선수 구성을 탓한다면 결국 자신의 무능력함을 증명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제공: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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