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는 출범 직후 ‘청와대 비서실 취재시 사전 서면 예약제’를 도입한다고 밝히면서“대신 청와대 정기 브리핑을 통해 투명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최근 국정홍보처 등은 통합 브리핑룸 설치와 취재 사전 예약제를 골자로 한 청와대 안을 일부 참고 모델로 해 일선 부처의 정보전달 방식을 바꾸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그러나 청와대만 보더라도 자유로운 취재를 제약하면서 정보와 전문성이 부족한 브리핑을 반복하는 바람에 언론들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청와대 정기 브리핑에서 줄곧 드러나듯 전문성이 부족한 대변인의 브리핑은 오히려 언론의 ‘오보’를 스스로 부채질하고 있다.
‘참여’라는 말만큼이나 유행을 타는 말은 아니지만 ‘국민의 알 권리’는 민주주의의 대전제다. 정부가 하는 어떤 활동에 관한 정보든 그 소유권은 원천적으로 납세자인 국민에게 있으므로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하루 하루를 살기 바쁜 국민 개개인이 모든 정보를 직접 수집할 수는 없으므로 이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에 알 권리를 위탁할 수밖에 없다. 이를 감당하는 것이 언론이다. 언론사는 깊이 있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국민은 ‘나의 알 권리’를 위탁해도 좋겠다고 판단되는 신문이나 방송을 선택한다. 그 같은 자유시장의 원리 속에서 국민은 ‘독자’ 또는 ‘시청자’란 이름으로 자신의 알 권리를 해당 언론에 위탁하며, 그 위탁의 정도가 열독률 또는 시청률이란 지표로 확인된다.
노 대통령이 정보 제공의 수도꼭지를 조인 채 ‘오보와의 전쟁’을 선언한 것은 그만큼 언론의 정당한 취재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취재 위축은 국민의 알 권리 불충족으로 이어진다.
‘전쟁’은 피할수록 좋다. 노 대통령 스스로도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과도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명쾌하게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오보와의 전쟁’을 이야기하고 있다. 오보는 나쁘다. 그러나 오보를 줄일 수 있는 정보제공 환경을 만들어 ‘오보와의 전쟁’을 사전 예방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성숙한 정부의 모습이다.
이승재기자 문화부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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