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시중의 뭉칫돈이 달러에 몰린다는 소식은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환율이 껑충 뛰었다니 5년 전 외환위기 즈음의 달러사재기 현상이 되살아나는가 하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원화값이 떨어지고 달러값이 치솟는 것은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당시보다 외환보유액이 많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지난달 한국의 신용전망을 2단계나 내린 미국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경우엔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이다. 정부가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외교대표단을 극비리에 미국에 보냈다고 하지만 때늦은 비밀외교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의 경제상황이 5년 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음이 되풀이될까 두렵다.
경제불안의 직접적인 원인은 북한 핵문제로 인한 안보불안에다 이라크전쟁 가능성으로 초래된 유가상승이다. 유가문제는 당장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더 늦기 전에 한미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안보불안을 씻어내는 일이 새 정부의 시급한 과제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방문을 앞당겨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부도 노력은 하고 있겠지만 사안의 시급성에 비해 대응자세는 시원치 않다는 느낌이다. 경제부터 살리라는 것이 국민적 주문인데 세상은 검찰개혁과 특검으로 소란스러울 뿐이다.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개혁을 위한 토론도 중요하지만 경제를 살리기 위한 토론부터 열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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