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 민생경제 대책협의회에서 오간 논의를 보면 아직도 위기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최근의 경제위기는 북한 핵문제와 이라크 사태로 인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 출범 이후 불확실한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가 겹쳐 증폭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핵 등 외부 요인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섣부른 재벌개혁을 비롯한 정부 정책이 자초한 측면도 있음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도 ‘언론이 경제위기를 부추기는 보도를 한다’거나 북핵 이라크사태 등 불가피한 외부 상황의 탓으로만 돌리는 정부 여당의 인식은 옳지 않다. 기업의 불안심리를 자극한 정책에 대해 거의 언급이 없다는 것은 정부의 책임회피나 다름없다. 정부가 개혁을 명분으로 기업들을 몰아붙이고 일방적인 노조 편들기에 나서 경제불안이 한층 가중되고 있는 터에 이런 불안심리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재정지출만 늘린다고 해서 경제가 살아나기 어렵다.
경제불안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북한 핵문제만 해도 외부요인으로만 돌릴 일이 아니다. 북한 핵문제 자체도 불안의 원인이지만 새 정부가 북핵 문제를 놓고 미국을 비판하는 입장을 취함으로써 미국 내 반한(反韓) 분위기를 초래했고 뉴욕 월가 국제금융시장의 대한(對韓) 투자분위기를 냉각시키는 빌미를 준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고건 총리가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나 부당행위 조사의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힌 것은 적절한 조치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할 수 있는 정부의 실천이 따라주어야 한다. 새 정부 첫 시험대는 바로 지금의 경제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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