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의 많은 관계자들은 ‘사퇴는 정부 입김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측이 그동안 의혹의 빌미를 넉넉히 제공했다.
전윤철(田允喆)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포스코의 회장직은 옥상옥(屋上屋) 제도여서 불필요하다”고 첫 일격을 가했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이사회를 하루 앞둔 지난달 17일에는 관계부처 공무원이 회사를 방문했다”며 “이사회 연기를 요청하기 위해서 였다”고 전했다.
또 유 회장이 물러서지 않고 이사회를 강행해 상임이사 후보로 재선임되자 기업은행을 비롯한 정부측 기관투자가는 ‘유 회장 연임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유 전 회장은 서둘러 우호지분 확보에 나섰고 외국인투자자 등 80%가량의 지분이 ‘양호한 경영실적’을 이유로 그를 지지했다. 연임은 기정사실이 됐다. 그러나 주총을 이틀 앞둔 12일 유 전 회장은 “사퇴 결심은 정부 압력과는 무관하다”는 말만 남기고 돌연 물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압력 의혹이 제기되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기자는 ‘유상부씨 개인이 포스코 수장으로 적임이냐’ 여부를 따지고 싶지는 않다. 유 전 회장은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아들 홍걸씨에 대한 불법지원 혐의를 받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등 약점이 없지않다. 유 전 회장에 대해 비판적인 포스코 직원들도 많다.
문제는 포스코 민영화의 의미다. 포스코는 더 이상 국영기업이 아니다. 정부는 지분이 전혀 없다. 그런데 왜 부총리가 민간기업의 경영권에 대해 왈가왈부하는가. 정부가 민간기업의 인사에까지 개입하고 있다고 의심받는 것은 치명적이다. 이는 또한 공공부문의 불투명성 및 국가 경쟁력에 관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포스코는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바뀌었다. 외풍(外風)에 시달려온 것이다. 이런 식으로 외풍 시비가 거듭되면 새로 구성된 경영진인들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을까.
배극인기자 경제부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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