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비관론이 확산될 때가 바닥이었다는 역사적 경험과 미-이라크 전쟁이 조기에 끝나면 단기 상승(랠리)가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기대는 소수에 그치고 있다.
주가 하락은 개인의 부(富)를 감소시켜 소비를 줄어들게 하고, 기업이 주식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해 투자를 위축시킴으로써 경기를 후퇴시킨다. 또 주식형 수익증권의 환매가 늘어나 투자신탁회사들이 보유주식을 내다 팔아 주가를 더 끌어내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역(逆)주가차별화(De-coupling)= 다우지수는 지난 13일 3.57%나 급등했다. 영국의 FT100지수도 6.08%나 폭등했다. 하지만 종합주가지수는 14일 1.10% 오르는데 그쳤다. 또 다우지수는 14일 0.48% 올랐지만 종합주가는 17일 4.17%나 폭락했다.
미국 주가가 올라도 한국 주가 상승폭은 적고, 미국 증시가 불안하면 한국 증시는 폭락하고 있다. 한국은 북한 핵문제와 금융경색 및 출범한지 1개월도 안된 노무현 정부의 불확실한 경제정책이라는 악재가 추가되고 있는 탓이다. 외국인도 2월에 6281억원 순매도한데 이어 3월에도 이날까지 4500억원 가량 매도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대우증권 김영호 연구위원은 "미-이라크 전쟁이 일어나 조기에 종결되더라도 북한 핵 문제가 본격화되고 SK글로벌의 대규모 분식결산과 카드채 문제로 금융시장이 경색돼 한국 주가가 큰폭으로 상승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종합주가 500선 붕괴에 대비해야= 1∼2개월 전까지만 해도 미-이라크 전쟁이 터지면 주가는 강한 반등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의견이 강했다. 메릴린치증권 이원기 전무는 "한국 기업의 펀더멘털은 그 어느때보다 좋기 때문에 장외 악재가 해소되면 적정 주가를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새로운 악재가 잇따라 터지고 있어 종합주가는 일시적으로 500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카드채와 가계부실 등으로 인한 신용불안을 해소시킬 수 있을 만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주가는 당분간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원증권 김세중 과장도 "시중자금이 안전 자산으로 몰리는 안전선호가 강해지고 있다"며 "북한 핵문제가 악화돼 신용등급이 낮아지는 등의 악재가 나오면 종합주가는 한때 '9·11테러' 직후 기록했던 전저점(460선)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가 하락, 경제에도 주름살= 올들어 시가총액은 약50조원이나 감소했다. 그만큼 주식투자자의 부가 줄어든 셈이다. 신용카드와 가계 대출의 연체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가하락으로 부가 감소함으로써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월에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이 두자리 수나 줄어든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상장사협의회는 오는 4월중 유상증자를 계획한 곳은 신성무역 1개사 95억원밖에 없다고 밝혔다. 1∼4월중 유상증자 규모는 187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9.9%나 급감했다. 주가 하락은 금융기관 부실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해 금융경색을 부추기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한 투자신탁회사 관계자는 "일부 투신사들은 지급불능에 빠져있고 일부 투신사들은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주식을 내다 팔아 주가를 더 떨어뜨림으로써 손실을 키우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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