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자 이관희 PD는 “연기력보다 ‘신선하고 젊고 아름다우며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배우’가 이번 배역 캐스팅의 컨셉트”라며 “TV 드라마로는 ‘무모’해 보일 수 있는 형식적 시도를 통해 보는 재미를 만들려 했다”고 밝혔다.
이 드라마에는 그룹 ‘핑클’의 멤버 성유리(백제공주), 모델 출신으로 TV 연속극에 처음 등장하는 김남진(신라첩자), 미스코리아진 출신의 김사랑(백제왕의 첩)과 탤런트 소지섭(백제장군)이 주연으로 출연한다.
성유리는 “지난 해 출연했던 병영드라마(MBC ‘막상막하’)에선 상황 설정마다 이번엔 이렇게 연기해야해’하고 계산하며 연기했다. 하지만 이번엔 ‘이 상황에 내가 실제 처해지면 어떤 감정이 들까’를 생각했다”며 “그러나 아이같은 발성은 아직 문제”라고 자기 연기를 평했다.
실제 17일 기자들에게 상영된 15분 짜리 데모 테이프에서 성유리는 “넌 누구냐?” “감히 어디다 손을 대” “오늘이 지나면 다시는 널 못 볼 것같은 생각이 드는구나” 등 서로 다른 상황에서도 예의 ‘목소리 50%, 콧소리 50%’의 일관된(?) 발성으로 아직 성장 단계에 있음을 보여줬다.
성유리에 대해 이 PD는 “‘눈물+액션+유머’를 고루 갖춘 배우다. 심은하의 전성기를 생각나게 한다”며 “예쁘고 겁이 없어 많은 액션 장면을 해냈다. 연기도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
성유리는 촬영 한 달 전부터 오전엔 말타기를 연습하고, 오후엔 무술 지도를 받고, 저녁엔 대본 읽고, 밤에는 ‘와호장룡’ ‘비천무’ ‘은행나무침대’ 등 영화를 보며 캐릭터를 연구했다. 내닫는 말에 거칠게 올라타는 것말고는 대부분의 액션 장면(말타기 칼싸움)을 대역 없이 해냈다.
이 드라마는 ‘판타지 드라마’를 표방한다. 낙화암 절벽과 백제 궁궐의 웅장한 모습은 미니어처에 컴퓨터 그래픽을 합성한 것. 그러나 20회 분량의 이 드라마에서 ‘영겁을 뛰어넘는 사랑의 세레나데’를 볼 수 있는 것은 1, 2회뿐이다.
2회 중간부터는 현대 멜로물로 탈바꿈, 유일하게 전생을 기억하는 백제공주가 과거를 모른 채 환생한 건달 강인철(소지섭), 일본 명문가 자제 타쓰지(김남진)와 삼각관계를 이룬다.
제작진은 “영화처럼 과거-현재가 오락가락하면 어렵고 복잡해 시청자를 붙잡기 어렵다”며 “단순하고 재미있는 현대 멜로물로 봐달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이관희 PD가 재기발랄한 이선미·김기호 부부작가와 함께 지난해 4월 ‘위기의 남자’를 만든 이후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것.
제작진의 말대로 현대극에도 사극에도 식상한 시청자들에게 ‘별식’을 제공할 지 아니면 장르 불명의 ‘변종’ 취급을 받을 지 궁금하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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