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주가 '전쟁랠리' 600선 넘을까

  • 입력 2003년 3월 20일 14시 13분


미국의 이라크 공격으로 '전쟁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20일 급등했다.

미국의 다우지수는 최근 6일 동안 9.9%나 상승했다. '제발 빨리 전쟁이 터지라'라고 고대하던 투자자들이 '사자'에 나서고 있다. 종합주가 600선 회복은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1991년 1월 걸프전이 터진 뒤 1년 동안 미국 다우지수가 24.5%나 올랐다. 이번에도 5∼6개월 증시를 짓누르던 미-이라크 전쟁이 주가 상승을 이끄는 '촉매(Catalyst)'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미-이라크 전쟁은 수많은 악재 가운데 하나가 해소되는 것일 뿐이어서 지나친 희망은 큰 실망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세계 경제가 전쟁 뒤에도 회복되기 쉽지 않으며, 북한 핵 문제 등 장외 악재도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전쟁과 평화, 그리고 주가= 미국은 지난 100년 동안 5차례의 큰 전쟁을 치렀다. 그 전쟁이 주가에 미친 영향은 전쟁이 시작됐을 때보다 끝났을 때 주가가 훨씬 많이 올랐다. 개전 이후 1년 동안 다우지수는 평균 6.3% 올랐다.

걸프전과 한국전쟁 때는 24.5%와 15.0% 올랐다. 하지만 1차세계대전 때는 16.6%나 떨어졌고 2차세계대전 때는 2.2% 오르는데 그쳤다.

반면 종전 뒤 1년 동안은 23.0%나 급등했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이 끝난 뒤에는 28.4%와 21.4%나 올랐다. 증시는 전쟁보다 평화를 더 좋아한 셈이다. 국제유가도 걸프전 때 배럴당 40달러까지 폭등했다가 공격이 시작되면서 20달러까지 떨어졌다.

▽속전속결이 과제= 주가상승(전쟁랠리)이 이어지려면 전쟁이 단기에 끝나 유가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날 경우 경기도 짧은 시간 내에 회복된다는 기대감에 전쟁을 바라보고 있다"며 "펀더멘털과는 상관없이 이런 심리가 주가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전쟁으로 중동지역과의 갈등관계가 계속될 경우 정치적 불안감은 물론 원유 수급 문제 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이라크가 유전을 파괴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 보복 테러가 잇따를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투자회사인 '재니 몽고메리 스콧'의 래리 라이스 부사장은 "이번 전쟁에는 시장에 영향을 미칠 다른 지정학적인 변수들이 많이 공존하고 있다"며 "과거 사례에서 이번 전쟁의 결과를 끌어내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메릴린치 증권의 수석 전략가 리처드 번스타인은 "베를린 장벽 붕괴나 소비에트 연맹의 몰락과 맞먹는 대대적인 지정학적 질서의 변화가 진행 중"이라며 "이라크 정권의 교체가 세계적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도 전쟁이 단기에 끝나도 유가는 1년간 배럴당 28달러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 증시, 북한 핵 문제를 넘어야〓종합주가지수가 저항선인 20일이동평균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선임연구원은 "단기적으로 60일이동평균까지 오르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기엔 불투명한 요소가 아직도 많다. 북한 핵이 가장 큰 변수.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단기간에 승리한다면 차후 북한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보일 수 있다. 이라크 전쟁이 끝난 뒤에도 경제적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는다면 다음 표적은 한반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 철수가 공론화되면 외국 투자자들이 이탈하고 국가신용등급도 낮아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도 있다.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는 "북한 핵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기 전까지는 종합주가가 600선을 뚫고 추세적으로 상승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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