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석유황제 야마니'…중동석유가 내손안에

  • 입력 2003년 3월 21일 17시 41분


◇석유황제 야마니/제프리 로빈슨 지음 유경찬 옮김/445쪽 1만8000원 아라크네

왜 2003년에 셰이크 야마니를 거론하는가.

4반세기라는 긴 시간 동안 세계 석유공급의 ‘꼭지’를 잠갔다, 열었다 한 거인도 오늘날에는 일개 야인에 지나지 않는다. …과연 그런가.

저자는 ‘검은 황금’을 쥐락펴락한 그의 손에 내일의 세계가 과거와 다름없이 달려있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석유와 정치 경제의 극히 복잡 미묘한 관계를 손금 보듯이 들여다볼 수 있는 인물은 바로 그뿐이며 그를 높이 평가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왕세제의 등극이 멀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책과 방송을 오가며 다큐작가로 활동 중인 저자는 1986년까지 25년간 최대 석유부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장관을 지낸 하버드대 출신의 이 ‘사우디 최초의 국제변호사’에 대해 풍부한 자료와 개인적 접촉으로 얻어낸 실증적 분석을 유감없이 펼쳐놓는다.

일부 이슬람 국가들의 독선과 미국의 오만 속에서도 그는 언제나 균형감각을 잃지 않았다. 그의 임기 동안에 재직한 6명의 미국 대통령은 그를 ‘비협조적’이라고 비판했으며 아랍 강경파는 ‘미국의 앞잡이’로 그를 매도했다. 서구적 가치와 아랍적 가치, 사우디 왕족의 물질적 욕망과 아랍권 전체의 경제적 안정 사이에서도 그는 어려운 줄타기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그런 그도 86년에는 더 이상 ‘균형’을 지킬 수 없었다. 유가가 폭락한 시점에서 단지 커미션을 착복하기 위해 무기를 대량 구입하려는 군주, 그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3000억배럴이 넘는 원유를 암시장에 새로 내다 팔라는 명령을 이행할 수 없었던 것이다. 유가의 추가폭락이 뻔했기 때문.

오늘날 런던에 살면서 자신이 설립한 국제에너지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최근 이집트 카이로의 국제 도서전에 참석해 이라크전쟁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은 석유와 이스라엘 중 한 가지는 조금 양보해야 할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 없이 중동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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