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난 뒤엔 더 진기한 장면이 펼쳐졌다. 투수들이 방망이를 들고 특타에 나선 것. 시범경기가 끝난 뒤 홈팀의 몇몇 타자들이 특타를 하는 경우는 있어도 투수들이 ‘방망이 특타’에 나선 것은 드문 일. 전날 3안타밖에 치지 못하고 SK에 3-5로 패한 한화는 이날도 2안타의 빈타에 그쳐 0-3으로 완패했다. 유 감독은 “투수들 스트레스 풀어주려고 배팅을 시킨 것”이라고 했지만 타자들에게 반성을 촉구하는 의미도 내포돼 있었다.
유 감독이 선수들을 장악하는 방법은 이처럼 즉각적이고 직선적이다. 하지만 ‘뒤끝’은 없다. 그런 유 감독의 스타일을 알기 때문에 한화 선수들도 군말없이 지시를 따른다.
시범경기 4연패에 빠졌던 한화 이글스가 21일 대전 LG전에서 드디어 첫 승을 거뒀다. 시범경기 승리야 사실 별 의미가 없지만 유 감독에겐 남다르다.
한화는 해외 전지훈련을 취소하고 제주도에서 겨울훈련을 소화했다. 따뜻한 이국에서 겨울훈련을 하던 선수들에게 제주도의 추운 날씨와 바람은 적응하기 어려웠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유 감독은 선수들에게 “그럴수록 더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는 것.
이날 선발 조규수에 이어 마정길(7회) 김정수(8회) 피코타(9회)로 이어지는 ‘필승 계투진’을 동원해 3-2로 어렵게 첫 승을 낚아낸 유 감독은 “어제 선수들과 미팅을 했다. 이기고 지는 것은 프로선수에게 ‘병가지 상사’지만 그 영향으로 선수단 분위기가 흐트러지고 서먹서먹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며 “비록 시범경기지만 어쨌든 감독을 맡은 뒤 첫 승리니까 기분은 좋다”며 웃었다.
▽대구
삼성 5-4롯데
▽문학
두산 2-1SK
▽광주
기아 3-2현대
▽대전
한화 3-2LG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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