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초보감독 유승안 ‘꿀맛 첫승’

  • 입력 2003년 3월 21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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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와 SK가 맞붙었던 19일 대전구장. 경기전 SK 타자들이 타격훈련을 하자 한화 더그아웃엔 투수들이 모두 나와 앉았다. 한 팀이 그라운드를 사용할 때 다른 팀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휴식을 취하기 마련. 하지만 한화 투수들은 유승안 감독(47)의 지시로 더그아웃을 지켰다. 상대타자들의 스윙을 보고 공략법을 연구하라는 것.

경기가 끝난 뒤엔 더 진기한 장면이 펼쳐졌다. 투수들이 방망이를 들고 특타에 나선 것. 시범경기가 끝난 뒤 홈팀의 몇몇 타자들이 특타를 하는 경우는 있어도 투수들이 ‘방망이 특타’에 나선 것은 드문 일. 전날 3안타밖에 치지 못하고 SK에 3-5로 패한 한화는 이날도 2안타의 빈타에 그쳐 0-3으로 완패했다. 유 감독은 “투수들 스트레스 풀어주려고 배팅을 시킨 것”이라고 했지만 타자들에게 반성을 촉구하는 의미도 내포돼 있었다.

유 감독이 선수들을 장악하는 방법은 이처럼 즉각적이고 직선적이다. 하지만 ‘뒤끝’은 없다. 그런 유 감독의 스타일을 알기 때문에 한화 선수들도 군말없이 지시를 따른다.

시범경기 4연패에 빠졌던 한화 이글스가 21일 대전 LG전에서 드디어 첫 승을 거뒀다. 시범경기 승리야 사실 별 의미가 없지만 유 감독에겐 남다르다.

한화는 해외 전지훈련을 취소하고 제주도에서 겨울훈련을 소화했다. 따뜻한 이국에서 겨울훈련을 하던 선수들에게 제주도의 추운 날씨와 바람은 적응하기 어려웠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유 감독은 선수들에게 “그럴수록 더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는 것.

이날 선발 조규수에 이어 마정길(7회) 김정수(8회) 피코타(9회)로 이어지는 ‘필승 계투진’을 동원해 3-2로 어렵게 첫 승을 낚아낸 유 감독은 “어제 선수들과 미팅을 했다. 이기고 지는 것은 프로선수에게 ‘병가지 상사’지만 그 영향으로 선수단 분위기가 흐트러지고 서먹서먹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며 “비록 시범경기지만 어쨌든 감독을 맡은 뒤 첫 승리니까 기분은 좋다”며 웃었다.

▽대구

삼성 5-4롯데

▽문학

두산 2-1SK

▽광주

기아 3-2현대

▽대전

한화 3-2LG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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