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좋은 성적표를 받아놓고도 기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의 체감경기가 워낙 나쁜 데다 향후 경제상황도 낙관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러한 성장세를 유지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5년 전의 치욕을 반복하지 않을 만큼 내부 정비가 이루어졌는지도 의문이다. 과연 우리는 소득 1만달러 시대에 걸맞은 경제환경을 갖추었는가.
작년에 성장을 주도한 수출의 교역조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수출품 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저축률이 아직은 국내 투자를 충당하는 수준이지만 지속적인 하락 현상은 그렇게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무리한 차입경영으로 외환위기의 도화선을 제공했던 기업은 최근 분식회계로 또다시 나라경제를 위험에 빠뜨렸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아직도 한국기업에 대한 신뢰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도 대형화에는 성공했지만 내실까지 갖췄다고 보기에는 미흡하다. 합병만 했지 구조조정은 뒤로 미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라경제의 조타수에 해당하는 정부의 역할이다. 우선 시장 참여자들에게 정부가 시장주의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갈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아직 일부에서는 새 정부의 시장경제관에 대한 의심과 우려가 남아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미래의 성장기반을 확충하는 장기계획도 마련해야 한다.
5년 전 나타났던 내부 문제점을 완벽히 보완해 체질화하지 못하면 소득 1만달러는 97년처럼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할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은 오늘의 성과에 자만하지 말고 경제환경 개혁에 고삐를 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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