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영호/이라크戰과 韓美관계 복원

  • 입력 2003년 3월 22일 18시 07분


최근 시작된 이라크전은 테러세력과 대량살상무기의 제거를 위해서는 예방적 선제공격과 전쟁도 불사한다는 부시 독트린이 적용된 예로서 9·11테러 이후 변화된 미국의 세계전략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미국은 유엔의 동의나 국제공조 없이도 자신의 국익을 관철시켜나가겠다는 일방주의적 정책을 구체화함으로써 기존의 동맹국가들에 이번 전쟁에 대한 참여와 지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선택을 강요했다.

▼盧 “美지지” 결정 긍정적 ▼

대량살상무기 확산의 방지와 한미동맹관계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미국의 노력을 지지하기로 한 노무현 대통령의 결정은 우리의 국가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실용주의적 외교노선으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이라크전 이후 미국과 국제사회의 관심은 북핵문제로 옮겨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는 이번 일을 정권이양기에 소원해진 한미관계를 복원시키고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노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가진 전화회담을 통해 이라크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지를 표명하고 양국 정상들 사이의 신뢰감을 증진시킴으로써 앞으로 북핵문제의 해결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입지를 강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국군지원부대 파병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밀실결정 대신 초당적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야당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한 노 대통령의 자세도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노 대통령이 국가안보문제 결정과정에서 국내의 정치적 합의와 투명성을 중시한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정치안정과 대외적 국가신인도의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을 계기로 노무현 정부는 앞으로 북핵문제와 대북지원정책 결정과정에서도 국회를 통해 국민적 동의와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라크전이 진행 중이라고 해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정부는 북핵 대책 수립을 미뤄서는 안 될 것이다. 4월 임시국회에서 예정되어 있는 노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정부의 종합적인 북핵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먼로독트린과 트루먼독트린 등 역사적 분기점을 이룬 미국의 주요 대외정책들도 대통령의 의회 교서 혹은 연설을 통해 이뤄졌다. 정부 나름대로 구체적 대안을 갖고 국민과 외국 투자자들을 설득해야 안보불안감도 해소되고 국가신인도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당위론적 주장만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노 대통령의 전략가들은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노무현 정부는 이라크전 종전 이후 불거지게 될 전쟁비용 분담 문제가 한미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다. 1000억달러가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전쟁비용과 이라크 재건비용에 대해 미국은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전쟁비용 분담을 요청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사전에 우리의 민간 경제단체들과 긴밀하게 협조해 우리 기업들의 이라크 전후 복구 사업 참여와 연계시켜 비용 분담 문제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다. 비용 분담을 통한 한미동맹 관계의 강화, 이라크 재건 참여를 통한 경제적 실리의 추구, 전후 이라크에 대한 인도적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구체적 대비책을 정부는 마련해야 할 것이다.

▼戰費분담-복구참여 연계 ▼

이번 이라크전은 ‘국제정치 현실은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적응을 통한 국익과 실리 추구의 장이고 그 과정에서 고뇌에 찬 선택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우리에게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라크전은 한미간의 신뢰를 증진시키고 50년간 유지되어온 한미동맹체제를 더욱 강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정부는 ‘북핵 불용 원칙’을 철저하게 견지하면서 한미공조체제의 강화를 통해 북핵문제의 해결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북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주한미군 철수 혹은 재조정의 문제가 더 이상 제기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외교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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