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美지지” 결정 긍정적 ▼
대량살상무기 확산의 방지와 한미동맹관계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미국의 노력을 지지하기로 한 노무현 대통령의 결정은 우리의 국가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실용주의적 외교노선으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이라크전 이후 미국과 국제사회의 관심은 북핵문제로 옮겨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는 이번 일을 정권이양기에 소원해진 한미관계를 복원시키고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노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가진 전화회담을 통해 이라크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지를 표명하고 양국 정상들 사이의 신뢰감을 증진시킴으로써 앞으로 북핵문제의 해결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입지를 강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국군지원부대 파병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밀실결정 대신 초당적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야당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한 노 대통령의 자세도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노 대통령이 국가안보문제 결정과정에서 국내의 정치적 합의와 투명성을 중시한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정치안정과 대외적 국가신인도의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을 계기로 노무현 정부는 앞으로 북핵문제와 대북지원정책 결정과정에서도 국회를 통해 국민적 동의와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라크전이 진행 중이라고 해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정부는 북핵 대책 수립을 미뤄서는 안 될 것이다. 4월 임시국회에서 예정되어 있는 노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정부의 종합적인 북핵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먼로독트린과 트루먼독트린 등 역사적 분기점을 이룬 미국의 주요 대외정책들도 대통령의 의회 교서 혹은 연설을 통해 이뤄졌다. 정부 나름대로 구체적 대안을 갖고 국민과 외국 투자자들을 설득해야 안보불안감도 해소되고 국가신인도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당위론적 주장만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노 대통령의 전략가들은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노무현 정부는 이라크전 종전 이후 불거지게 될 전쟁비용 분담 문제가 한미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다. 1000억달러가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전쟁비용과 이라크 재건비용에 대해 미국은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전쟁비용 분담을 요청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사전에 우리의 민간 경제단체들과 긴밀하게 협조해 우리 기업들의 이라크 전후 복구 사업 참여와 연계시켜 비용 분담 문제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다. 비용 분담을 통한 한미동맹 관계의 강화, 이라크 재건 참여를 통한 경제적 실리의 추구, 전후 이라크에 대한 인도적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구체적 대비책을 정부는 마련해야 할 것이다.
▼戰費분담-복구참여 연계 ▼
이번 이라크전은 ‘국제정치 현실은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적응을 통한 국익과 실리 추구의 장이고 그 과정에서 고뇌에 찬 선택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우리에게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라크전은 한미간의 신뢰를 증진시키고 50년간 유지되어온 한미동맹체제를 더욱 강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정부는 ‘북핵 불용 원칙’을 철저하게 견지하면서 한미공조체제의 강화를 통해 북핵문제의 해결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북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주한미군 철수 혹은 재조정의 문제가 더 이상 제기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외교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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