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도 시민단체 눈치보나

  • 입력 2003년 3월 22일 19시 16분


재벌수사 유보와 관련한 참여연대의 비난 논평에 대한 서울지검의 해명 서한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해명 자체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내용의 타당성과 방법의 적절성이다. 앞뒤가 맞지 않은 억지논리에다 시민단체에 대한 ‘전례 없는 친절’이 검찰의 진의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해명서한에서 ‘검찰권 행사는 경제발전 등을 고려해야 한다. 국가를 망하게 하는 기소는 할 수 없다’는 서영제 서울지검장의 취임기자간담회 발언을 재벌수사 유보라고 해석한 것은 언론의 추측성 오보라고 주장했다. 전 언론이 똑같이 해석했는데도, 뒤늦게 그것을 오보로 몰아붙이는 것은 책임을 언론에 덮어씌우려는 불순한 의도로 보인다.

사실 서 지검장이 취임했을 때는 SK그룹 수사의 여파가 다른 재벌에까지 확산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만큼 그의 발언을 누구나 재벌수사를 신중히 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그런데도 공식적인 반론 한 마디 없다가 이제 와서 ‘서 지검장은 한번도 재벌비리수사를 유보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강변하는 것은 군색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참여연대만이 서 지검장의 발언을 재벌비리수사 유보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의 시장참여자들이 모두 그렇게 알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내용의 반박논평을 다시 낸 것을 보면 참여연대도 검찰의 해명이 석연치않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언론이 오보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정정보도를 요청하지는 않고 이례적으로 시민단체에 해명서한을 보낸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언론과 시민단체를 이간시키려는 것 같은 느낌도 준다. 언론을 통해 해명할 수 있는데도 굳이 이렇게까지 한 게 세태와 무관치 않은 듯해 더욱 씁쓸하다.

검찰은 먼저 재벌수사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엉뚱하게 언론의 오보 탓만 한다면 검찰이 새 정부 들어 부쩍 위상이 강화된 시민단체의 눈치를 살피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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