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포럼]유종호/아마추어, 그 열정과 한계

  • 입력 2003년 3월 23일 19시 02분


요즘 비(非) 전문가가 쓴 소설이 심심찮게 나와서 화제가 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명망가의 이력을 쌓은 이의 것도 있고 전문직 종사자의 것도 있다. 이런 경우 작자의 명망이나 직업 등 문학외적 요소가 작품의 매력이 되어 주는 것 같다. 문학외적 특기사항이 없지만 제도권의 통상적인 절차 없이 작품을 선보여 일정한 독자를 얻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아마추어의 작품 제작과 발표는 시의 경우 수적으로 대단히 많다. 주류에서 벗어난 정치인에서 승려나 목사에 이르기까지, 유명 무명의 많은 아마추어 시인들이 있다.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열린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활기찬 문화 현상이다.

▼作品 외적 요소로 高평가 ▼

아마추어란 말은 어원에서나 뜻에서나 애호가를 가리킨다. 아마추어가 많을수록 해당 장르의 기초가 튼튼해지고 활성화의 가능성은 커진다. 축구팬이 많아야 프로축구의 앞날이 밝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19세기 중반에서 불과 한 세대 전까지, 서양 쪽에서는 중상류층의 어린이가 피아노를 배우는 것은 당연한 일로 되어 있었다. 특히 젊은 여성이 피아노를 칠 줄 안다는 것은 사회적 지위와 긍지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피아노 소나타는 현악 사중주와 함께 아마추어 음악가의 선호 영역이 되었고 고전음악 애호가를 양성하는 데 기여했다.

아마추어도 여러 수준이 있게 마련이다. 상당한 성취에 이른 경우도 있다. 가령 마오쩌둥(毛澤東)은 대략 50편의 시를 남겨 놓고 있다. 숭배자들은 그가 시인으로서도 상당한 높이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영국의 동양 고전 번역자인 아서 웨일리는 마오쩌둥의 시가 히틀러의 그림보다는 낫지만 처칠의 그림만은 못하다면서 평가절하했다. 루소, 니체, 아도르노 같은 사상가나 에즈라 파운드 같은 시인도 작곡 작품을 남겨 놓고 있다. 피아니스트 찰스 로즌은 아도르노의 작품이 니체나 루소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파운드보다는 낫다고 말한다. 이들의 작품은 호기심의 대상은 되지만 홀로 서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이들이 작곡 행위를 통해 음악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 결과적으로 사상가나 시인으로서의 성취에 도움을 받았으리라는 것은 상상할 수 있다.

붓글씨를 써 보아야 명필을 알아보고 그 경지가 힘들게 이뤄진 것임을 실감할 수 있다. 시의 경우 20자의 글자나 14행의 시행이 천양지차를 빚어낸다. 아마추어의 매력은 초심을 잃지 않고 해당 분야에 대한 열의를 간직하는 것이다. 아마추어의 미덕은 프로페셔널의 성취가 결코 쉬운 것이 아님을 실감하고 그 앞에서 겸허해지는 것이다. 이에 반해 자기 능력에 대해 과도한 허영과 자부심을 갖는 것은 아마추어의 위험이다. 그것은 프로페셔널에 대한 결례요, 분수를 모르는 일이다. 또 작품외적 요소 때문에 덤으로 얻은 고려나 평가를 작품 가치와 혼동하는 것도 ‘주제파악’을 못하는 일이다. ‘주제파악’을 못하는 아마추어는 십중팔구 감식안에 문제가 있다.

아마추어의 양면성은 국가경영의 영역에서도 드러난다. 권력 획득의 능력과 정치공동체를 운영하고 바로잡는 능력은 별개의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문민정부나 국민의 정부에서 되풀이해 실감하고 확인했다. 출범 당시의 여론조사를 보면 두 정권 모두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와 기대 속에서 출발하지만 끝자락의 인기하락 또한 압도적이었다. 정치의 속성을 모르고 너무나 많은 기대를 거는 국민에게도 책임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경영의 어려움에 대한 몰이해에서 오는 아마추어의 턱없는 독선과 자만이 실패의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준비되어 있음’을 자임한 국정 최고책임자가 준비하고 학습한 것은 국가경영과 국민 갈등의 해소가 아니라 개인적 야심의 충족뿐이었다는 배신감마저 안겨 주었다.

▼정부쪽도 독선과 자만 버려야 ▼

현 정부 들어 의욕적인 새 얼굴들이 다수 국정 정면에 등장해 패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따금 표출되는 실수는 아마추어의 학습과정의 산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어제는 오늘의 스승이다. 하루빨리 학습과정을 마치고 숙련된 국정운영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우리에겐 쓰고 지우고 시험하고 교정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유종호 연세대 특임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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