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저녁 기자들과 만난 전국경제인연합회 현명관(玄明官) 부회장은 “오늘은 좀 솔직하게 얘기하겠다”며 최근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를 털어놨다.
“외환위기를 잘 극복했다는 정부의 말은 잘못된 것이다. 기업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다고 하지만 외환위기 전 달러당 800원 하던 환율이 1200원대로 오른 데다 금리가 떨어지고 인건비가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이익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현 부회장은 “중국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오히려 세계 시장에서 우리의 상품 경쟁력은 외환위기 전보다 떨어졌다. 출자제한 등 규제 때문에 기업 투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앞으로 4, 5년 잘못하면 두고두고 후세에 욕을 먹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포스코 이구택(李龜澤) 회장도 비슷한 말을 했다.
“중국은 올 철강 생산량이 2억t이고 매년 3000만t씩 증산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률이 떨어져 내수가 줄어드는 순간 엄청난 양의 값싼 철강이 세계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고 (이에 따른 우리의) 위기는 조만간 현실화될 것이다.”(4일 취임 기자회견)
조선업계 관계자들도 “5년 내로 중국에 조선산업을 내줘야 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동북아경제 중심국가론에 대해서도 재계는 냉소적이다. 내실은 없이 괜히 중국과 일본 등 주변 국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중국이 세계경제의 중심국가가 될 게 분명하다. 한국이 할 수 있는 건 중국으로 향하는 사람과 물류의 징검다리 역할이다. 그런 상황에서 구호만 내세우며 기존의 기업 연구소를 특정 지역에 몰아넣는 식의 정책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현 부회장)
정부는 각종 개혁정책의 그럴듯한 구호에 집착한 나머지 실리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 냉정히 점검해야 한다. 또 국내 경제계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데도 이를 개혁정책을 회피하기 위한 엄살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배극인기자 경제부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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