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아인슈타인 파일'…美 FBI 아인슈타인 추방음모

  • 입력 2003년 3월 28일 17시 28분


◇아인슈타인 파일/프레드 제롬 지음 강경신 옮김/488면 1만8000원 이제이북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 20세기 최고의 두뇌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는 인물. 그러나 아인슈타인을 그저 천재 물리학자로만 바라보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매커시즘이 미국을 강타했던 1950년대,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에드가 후버 국장은 아인슈타인을 공산주의자로 ‘잠정’ 결정지었다.

1950년 아인슈타인은 TV에 출연해 “수소폭탄의 개발은 인류에 파멸을 초래할 것”이라며 당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후버 국장에게 이런 아인슈타인 발언은 ‘체제 전복적’인 것이었고, 때문에 어떻게든 아인슈타인을 대중에게서 분리시켜야 했다. FBI가 아인슈타인을 소련의 간첩으로 몰아 추방하려고 한 노력은 1955년 아인슈타인이 사망할 때까지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결국 FBI는 아인슈타인이 간첩이라는 것을 입증할 만한 어떤 증거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아인슈타인 파일’은 아인슈타인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추방하려는 FBI의 계획이 담긴 문서다. FBI는 이미 아인슈타인이 미국에 망명한 1933년부터 그를 요주의 인물로 감시하고 공산주의자라는 증거를 잡기 위해 온갖 작전을 펼쳐왔다. 나치 역시 1930년대에 대중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인 아인슈타인을 제거하기 위해 간첩 혐의를 조사했었고 이 정보가 FBI로 흘러 들어갔던 것. 결국 아인슈타인은 ‘권력은 닮았다’는 점을 입증해주는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오랜 기간 아인슈타인이 간첩 혐의로 감시를 받았다면 어째서 지금까지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FBI는 이런 정보가 새 나갈 경우 대중의 비난이 이어질 것을 우려해 철저한 비밀 속에 작전을 수행했다.

저자는 미국 정부에 끈질기게 정보 공개를 요구해 잊혀졌던 과거를 세상에 드러냈다. 아인슈타인을 다뤘다고 해서 이 책의 초점을 그의 개인사에 국한할 필요는 없다. 1950년대 미국에서는 여러 유무명 인사가 자유의 이름으로 자유를 침해당했으며 채플린 등 몇몇은 해외로 쫓겨나기도 했다. 이 책은 ‘자유체제’가 어떤 가치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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