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 건의 7개항 |
①사건 해결위한 정부 사과 |
②추모기념일 제정 |
③진상보고서 인권교육 활동 |
④평화공원 조성 지원 |
⑤유가족 생계비 지원 |
⑥집단매장지 발족 지원 |
⑦기념사업 추진 |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위원장 고건·高建 국무총리)가 29일 의결한 진상조사보고서는 사건 발생 55년 만에 정부 차원의 첫 종합보고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제주 4·3사건의 성격과 주민들을 희생시킨 주체 등에 대한 논란이 계속돼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2년여간의 작업 끝에 작성된 이 진상보고서는 제주 4·3사건(1947년 3월1일∼1954년 9월21일)의 배경과 전개과정 피해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다뤘고 특히 국가 공권력에 의한 주민 희생 등 인권침해 여부를 규명하는 데 역점을 뒀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진상보고서 내용을 놓고 일부 위원들간의 이견으로 577쪽의 보고서 가운데 100쪽가량이 수정되고 김점곤(金點坤·경희대 명예교수) 위원이 사퇴서를 제출하는 등 진통을 겪기도 했다.
김 위원은 사퇴 이유에 대해 “보고서 초안이 군경토벌대의 강경 진압에 초점이 맞춰져 주민 학살이 마치 군경토벌대에 의한 것으로만 비치고 있다”며 “이 사건의 단초와 본질은 남로당 제주도당에 의한 공산폭동이 분명한데도 이 부분이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4·3사건의 성격과 관련해 지금까지 학계와 사회단체 등에서는 ‘공산폭동’이나 ‘민중항쟁’ 등 극단적인 평가가 제기됐으며 위원회도 이런 점을 의식해 이번 진상보고서에서 이 사건에 대한 명확한 성격을 규정하지 않았다.
또 위원회가 이날 6개월 이내에 새로운 자료나 증언이 나타나면 추가 심의를 거쳐 보고서를 수정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위원회는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상보고서가 4·3사건의 전체 모습을 드러냈다고 볼 수 없으며 경찰 등 주요 기관의 관련문서 폐기와 군 지휘관의 증언 거부, 미국 비밀문서 입수 실패 등 아쉬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진상보고서에 대해 제주 4·3사건 희생자유족회와 제주 4·3연구소 등 관련단체는 환영성명을 내고 “국가 공권력의 잘못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는 점에서 사회의 변화를 확인시켜 주는 쾌거”라며 “불행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화해와 상생의 시대로 나아가는 데 모두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대한민국 건국희생자 제주도유족회 오형인 회장(70)은 “진상보고서 집필진은 군경에 의한 피해를 학살로 다루면서 크게 부각시켰다”며 “각계 원로와 전문가 등으로 조사단을 재구성해 진상규명을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재향군인회 김영일 회장은 “과거 군인 경찰 등 공직자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양민 희생 과정에서 발생한 양쪽의 오해가 풀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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