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출신답게 두 감독 모두 투수진의 기막힌 운용으로 돌풍을 일으켰지만 이들의 지도 스타일은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흥미롭다.
결론부터 말하면 조감독이 어머니라면 유감독은 아버지. 섬세하기 짝이 없는 조감독은 모든 걸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 선수의 기분과 버릇까지 꿰고 있을 정도. 자상하지만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선수 교체가 잦고 데이터를 애용한다.
반면 유감독은 이글거리는 왕방울 눈이 말해주듯 호방한 야구를 표방한다. 잔말 말고 나를 믿고 따르라는 식이다. 얼핏 보면 엉성해 보이기조차 한다. 기분파인 그는 의리를 중시한다. 한화의 전신 빙그레 창단 멤버인 40대 초반의 이강돈 이정훈 이상군코치를 중용했고 ‘산골 도사’ 한희민을 인스트럭터로 영입해 속세로 불러냈다.
두 감독의 성향이 정반대인 것은 이들의 과거를 살펴보면 이해가 된다. 둘다 82년 원년 멤버. 3년 후배인 조감독은 선수로서 꽃을 피우지 못했다. OB와 삼성을 거치며 11년간 프로 밥을 먹었지만 단 한번도 주전을 꿰찬 적이 없다. 통산 홈런은 불과 11개. 그러나 조감독은 수비형 포수로 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이에 비해 유감독은 천하가 다 아는 슈퍼스타. MBC-해태-빙그레를 거치며 10년간 92홈런을 쳤고 80년대 삼성 이만수와 쌍벽을 이룬 공격형 포수로 명성을 떨쳤다. 두주불사에 잡기를 좋아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93년 쌍방울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조감독이 김성근 당시 감독을 ‘사부’로 모신 반면 94년 빙그레 코치로 입문한 유감독은 강병철 당시 감독을 ‘형님’으로 불렀다. 조감독이 ‘김성근식 수비야구’를 닮아간데 비해 유감독에게선 강감독의 자율야구에 덧붙여 특유의 신바람이 묻어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마치 옛 스승의 대리전을 치르는 듯한 두 감독의 데뷔 첫해 성적표가 자못 궁금하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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