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국회 국정연설을 지켜본 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이처럼 ‘소감’을 말했다.
이날 국정연설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민의(民意)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국가적 당면 현안인 이라크전쟁 파병과 한미관계, 경제 문제 등에 대한 대통령의 견해를 밝히고 국민적 이해를 구하는 자리였다.
실제 노 대통령은 연설의 상당부분을 국정현안에 대해 언급했다. 특히 “열린 마음으로 국회와 함께 국가적 어려움을 풀어나가겠다”고 다짐하는 대목에서는 여야 의석을 막론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연설 군데군데 튀어나온 ‘개인 소감’에 가까운 언급들은 국정현안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어서 본회의장 내에 앉아 경청하던 의원들은 물론 취재진을 의아스럽게 했다. 특히 노 대통령이 KBS 사장 인선과정 개입 논란과 관련해 “간접적으로 추천만 했을 뿐 압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하는 데 무려 7분이나 할애한 데 대해서는 여당의원들조차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이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여서 설명드린다”고 강조했지만, 대다수 의원들은 “기자간담회에서 얘기할 내용이지, 민의의 전당에서 대통령이 할 발언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KBS 사장 선임문제도 노 대통령이 강조한 대로 중요한 사안임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날 국정연설이 국정현안, 그것도 ‘국익’에 사활적 이해가 걸린 이라크전 파병문제에 대한 대(對)국민 설득이 주된 취지였다면 이 자리에서 KBS 사장 선임문제를 언급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런 ‘작은 흠’들이 연설 전체를 평가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몇몇 의원들도 “뒷 부분에 느닷없이 KBS 사장 인선 문제를 길게 늘어놓아 초점이 흐려지고 연설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내용 면에서도 ‘설득을 통한 국론통합’이란 당초 취지를 살렸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 적지 않다. 특히 ‘족벌언론의 횡포’를 거론하며 이에 대한 개혁과 견제를 강조하는 등 여러 곳에서 ‘피아(彼我)’를 구분하는 이분법적 시각이 엿보여 언론개혁에 대한 ‘의지’가 아니라 ‘집착’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이런 지적들이 정치문화의 성숙을 바라는 고언(苦言)으로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한다.
윤승모 정치부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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