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최근 민주당내 신주류가 잇따라 제기하고 있는 신당론은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무엇보다 왜 신당이 필요한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나 설득 노력은 없고 현실적 이해타산에 바탕한 ‘계산적 논의’만 무성하기 때문이다.
실례를 보자. 이호웅(李浩雄) 의원은 4일 불교방송에 나와 “민주당의 정통성을 지켜나가면서 이 속에 국민의 개혁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계속해서 (구주류들이 당 개혁안에 반발해) 기득권이나 관행을 벗어던지지 못한다면 이대로 갈 순 없을 것이다”고 ‘신당 불가피론’을 폈다.
천정배(千正培) 의원도 3일 매일경제TV에 출연해 “4·24 재·보선에서 민주당과 개혁당간 연합공천이 논의되고 있는 데 선거결과에 따라 여러 정치세력간 합종연횡을 가져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대선 당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선대위 조직본부장을, 천 의원은 정치개혁추진위 총간사를 맡았던 측근들이다. 특히 천 의원은 지난달 13일 노 대통령을 면담한 적이 있어 그의 발언에 ‘노심(盧心)’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일부 측근은 익명으로 노 대통령의 탈당 필요성까지 거론하며 ‘당 개혁안이 좌초되면 신당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물론 이들의 말처럼 당 개혁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신당론을 띄우는 것이 하나의 전술일 수도 있다. 또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구체제’를 근본부터 바꾸지 않고는 당선이 어렵다는 소위 강경개혁파들의 문제 의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불과 3년 전 ‘새 천년’ 동안 장수할 선진 정당을 만든다며 대대적으로 판을 짠 끝에 탄생했다. ‘탈(脫) 3김 시대’에 걸맞은 체제개혁을 한다며 진통 끝에 현재의 지도체제를 도입한 것도 1년밖에 안됐다.
이런 점에 비춰 최근 돌출하는 신당론은 너무 성급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새천년 민주당’ 창당 작업에 깊숙이 관여했던 한 중진은 “이라크전쟁과 경제 위기, 북한 핵문제 등 산적한 국정 과제를 놓고 정책 형성과 국론 수렴에 앞장서야 할 집권 여당에서 신당론이 나올 때냐”고 반문했다.
무엇보다 “당 개혁안을 통과시켜 주지 않으면 당을 깨겠다”는 식으로 불쑥불쑥 신당론을 들이미는 방식이 ‘개혁’이나 ‘민주성’보다 오히려 파당(派黨)적 행태로 국민에게 비쳐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한다.
박성원기자 정치부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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