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시위장소에 으레 경찰 병력이 투입됨으로써 충돌이 빚어지고 시위를 격화시킨 측면도 없지 않았다. 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만 시위가 이뤄진다면 경찰이 시간과 힘을 낭비해 가며 병력을 투입할 이유도 없다. 이번 조치는 경찰이 원칙대로 해보자고 자리를 비워 준 것이다. 이제 공은 시위대로 넘어갔다.
우리 시위문화는 장기간 권위주의 정권을 거쳐오면서 폭력적이고 과격한 방식으로 왜곡됐으며 최근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은 실정이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각목을 휘두르고 교통을 막아 시민생활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독재정권 시절에는 민주적 의사표현의 통로가 막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시위방식이 용인됐을지 모르지만 오늘날에는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시대착오적인 행동일 뿐이다.
시위문화도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국민의 기본권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평화와 비폭력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시민 불편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는 자기 주장을 위해 남을 희생시켜도 상관없다는 부도덕과 이기주의의 극치다. 이런 시위대가 내건 주장들은 아무리 정당하고 명분을 지닌 것이라고 해도 대중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이번 조치가 정착되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회 전체가 일단 인내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관행이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성숙한 시위문화가 모두를 위한 것이고 결국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신사협정’을 지킬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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