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허재‘투혼’ 김주성‘높이’의 합작품

  • 입력 2003년 4월 13일 18시 09분


‘난 영원한 짱’ 프로농구 최고참 허재의 투혼은 대단했다. 비록 부상으로 경기에 직접 나서지는 못했지만 챔피언결정 6차전에서 그는 벤치에 있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난 영원한 짱’ 프로농구 최고참 허재의 투혼은 대단했다. 비록 부상으로 경기에 직접 나서지는 못했지만 챔피언결정 6차전에서 그는 벤치에 있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TG엑써스의 사상 첫 프로농구 챔피언 등극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5개년 계획이라도 세운 듯 해마다 차근차근 준비해온 결과다.

시간을 5년 전으로 돌려보자. 1998년 5월 기아(현 모비스)에서 뛰던 허재(38)가 나래(현 TG)로 옮긴 것이 우승 드라마의 서막이었다.

허재 영입 작전의 숨은 주역 TG 최형길 부단장(42). 당시 나래 사무국장이었던 그는 전창진 현 TG 감독(40)이 프런트로 있던 삼성과 허재 스카우트 경쟁에 뛰어들었다.

우선권은 먼저 영입 작업에 들어간 삼성이 갖고 있었으나 최희암 감독이 사령탑으로 내정되면서 허재를 포기했다. 신생 구단으로 팀의 간판으로 삼을 톱스타의 필요성을 느꼈던 나래는 마침내 허재 스카우트에 성공했다.

허재의 가세로 강력한 구심점이 생긴 TG는 99년 삼성에서 수비 코치로 일하던 전창진 감독을 코치로 보강했다. 허재와 전 감독은 삼성 대신 1년 뒤 TG에서 결국 한솥밥을 먹게 된 것.

TG가 비로소 우승 후보로 떠오른 때는 지난해 1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제2의 서장훈’으로 꼽히는 김주성을 뽑았다. 김주성을 지명하기 위해 TG는 전년도 시즌에서 하위권으로 떨어지는 수모까지 감수했다. 눈앞의 성적보다는 멀리 내다보는 승부수를 던진 것.

올 시즌 TG는 감독 대행으로 있던 전창진 감독에게 정식 지휘봉을 맡겼다. 지도자 경력이 길지 않은 전 감독을 돕기 위해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제이 험프리스 코치와 계약, 코칭스태프를 보강했다. 특급 신인 김주성은 주위의 기대대로 뛰어난 높이와 개인기를 앞세워 정통센터 데릭 존슨과 함께 TG 골밑을 굳게 지켰다.

위기도 있었다. 외곽 슈터 데이비드 잭슨(25)이 시즌 중반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며 떼를 썼다. 그러나 전 감독과 허재는 잭슨을 어르고 달랜 끝에 마음을 돌려놓았다. 시즌 막판에는 존슨이 부상으로 뛸 수 없는 상황에 부딪쳤으나 살림꾼 리온 데릭스로 교체, 발빠르게 전력 공백을 메웠다. 이홍선 구단대표, 최 부단장, 전 감독을 비롯해 허재 김승기 양경민 등 용산고 또는 중앙대 출신이 유달리 많다는 지적을 들었지만 오히려 결속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었다.

정규리그 3위의 성적을 거둔 TG는 플레이오프 들어 힘겨운 싸움을 치러야 했다. 나이가 많은 주전들의 의존도가 심해 체력 부담이 심했던 것. 하지만 TG는 프로농구 최고령인 허재의 투혼을 중심으로 한 팀워크와 정신력으로 정상에 섰다.

오랜 준비 끝에 챔피언 등극의 꿈을 이룬 TG는 포인트가드 신기성이 군에서 제대하는 내년 시즌, 우승 경험과 한층 보강된 선수층을 앞세워 타이틀 방어를 자신하고 있다.

역대 챔피언결정전 우승팀
시즌우승팀(전적)준우승팀
97기아(4승1패)나래
97∼98현대(4승3패)기아
98∼99현대(4승1패)기아
99∼00SK(4승2패)현대
00∼01삼성(4승1패)LG
01∼02동양(4승3패)SK
02∼03TG(4승2패)동양

대구=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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