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대구에서 벌어진 2002∼2003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6차전. TG는 1쿼터 3-24의 절망적인 상황을 뒤집고 동양 오리온스에 67-63의 기적 같은 승전보를 엮어냈다.
TG는 이로써 7전4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에서 4승2패로 창단 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리그 1, 2위가 아닌 팀이 정상에 오른 것은 TG가 처음이다. TG는 정규리그에서 동양, LG세이커스에 이어 3위를 차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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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골을 포함, 이날 TG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한 외국인 선수 데이비드 잭슨은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이날 경기는 큰 파도가 번갈아 치듯 양 팀의 흐름이 극과 극을 달린 한판이었다. 5차전에서 3차 연장전까지 치른 탓인지 양 팀 모두 60점대에 그칠 만큼 선수 모두가 지쳐 있었고 그러기에 투혼이 승부의 중요한 변수가 됐다.
TG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양경민이 3점슛을 터뜨렸으나 이후 한 점도 추가하지 못한 채 3-24로 1쿼터를 마쳤다. 3점은 챔피언결정전 한 쿼터 최소득점기록(종전 8점). 이때만 해도 승리는 홈팬의 성원을 업은 동양의 차지로 보였다.
하지만 2쿼터 들어 정반대의 양상이 벌어졌다. TG 교체멤버로 들어간 신종석이 5개의 3점슛을 던져 모두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 TG는 신종석의 신들린 듯한 장거리포에 양경민의 공격까지 살아나 36-36으로 동점을 이룬 채 2쿼터를 마쳤다.
3쿼터에서 접전을 계속한 TG는 4쿼터 중반 52-58로 뒤졌다. 이 위기에서 TG를 구해낸 선수는 ‘저격수’ 잭슨. 전반 무득점에 그쳤던 잭슨은 동양의 집요한 그림자 수비 속에서도 3점슛 3개와 2점슛을 연달아 꽂아넣어 63-58로 경기를 뒤집었다. 잭슨은 이어 경기 종료 38초 전에는 천금같은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켜 65-60을 만들며 팀을 챔피언의 자리로 이끌었다.
대구=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챔피언결정 6차전 | |||||
1Q | 2Q | 3Q | 4Q | 합계 | |
TG | 3 | 33 | 14 | 17 | 67 |
동양 | 24 | 12 | 15 | 12 | 63 |
▼동양 아름답게 졌다▼
TG 엑써스의 사상 첫 챔프 등극으로 끝난 2002∼2003프로농구. 그러나 동양 오리온스 역시 승자였다. 13일 대구 실내체육관. 6차전 경기시작 30여분을 앞두고 동양 정태호 단장이 “한국농구연맹(KBL)에 제소한 내용을 없었던 일로 한다”고 밝혔다. 제소 내용은 11일 원주에서 벌어진 5차전에서 시간측정이 잘못돼 경기가 15초 더 진행됐으며 이에 따라 5차전을 무효로 하고 다시 경기를 해야 한다는 것.
이에 KBL은 비디오 분석을 한 뒤 13일 ‘5차전은 무효이며 재경기를 하라’고 결정했다. 동양의 제소내용을 모두 받아들인 셈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TG가 반발했다. 팀의 기둥인 허재가 5차전에서 다쳐 뛸 수 없는 마당이라 재경기를 하더라도 같은 조건에서 다시 하는 것이 아닌 만큼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TG는 “몰수게임패를 당하더라도 응할 수 없다”며 선수단을 철수시킬 뜻을 비쳐 자칫 6차전이 무산될 뻔했다. 동양 정 단장과 김진 감독은 숙의 끝에 제소를 취하했다. 수많은 팬들이 지켜보고 있는데다 프로농구에 적잖은 파문을 몰고 올 후유증을 고려했기 때문.
평소 “2연패는 쉽게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므로 반드시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김 감독이다. 욕심대로라면 KBL의 결정에 따라 재경기를 하고 싶었을 것. 그러나 그는 ‘대의’를 택했다. 우승보다는 프로농구의 공생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김 감독은 우승의 기쁨에 들떠 있는 TG 선수단을 뒤로한 채 웃음 띤 얼굴로 체육관을 빠져나갔다. ‘진정한 승자’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었다.
대구=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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