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마해영 ‘無心 타법’…홈런 벌써 4개 단독선두

  • 입력 2003년 4월 14일 18시 17분


야구계엔 ‘홈런왕은 롤스로이스를 타고 타격왕은 캐딜락을 탄다’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홈런왕이 더 대접을 받는다는 얘기다.

삼성 마해영(33·사진)은 최근 몇 년간 이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롯데시절인 99년 그는 타율 0.372로 생애 첫 타격왕을 차지했지만 54홈런 신기록을 세운 ‘이승엽 신드롬’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다.

2001년부터 이승엽이 있는 삼성으로 팀을 옮긴 뒤 ‘라이벌의식’은 더 심해졌다. 타순은 이승엽이 3번, 마해영이 4번. 앞에서 이승엽이 홈런을 때려낼 때면 마해영의 어깨는 더 힘이 들어가기 일쑤. 이적 후 마해영은 이승엽의 홈런수를 넘어보지 못했다.

홈런과 힘에 관해서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던 마해영으로선 자존심이 적잖이 상했을 터. 게다가 팬들의 관심도 온통 이승엽에게만 쏠렸다.

그가 유일하게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것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6차전. 이승엽의 3점홈런에 이어 끝내기 결승 홈런을 날린 마해영은 한국시리즈 MVP(최우수선수)를 차지하며 비로소 최고의 자리에 섰다.

이제 프로에서 이룰 것은 거의 이룬 그에게 남아있는 단 하나의 꿈은 첫 홈런왕 등극. 홈런에 있어서는 거의 독보적 입지를 굳힌 이승엽을 한번이라도 제치고 홈런킹에 오르는 게 남은 목표다.

“사실 지난해엔 승엽이를 지나치게 의식했어요. 남을 신경쓰다 보니 내 타격페이스가 무너지더라구요. ‘아, 이건 아니구나’ 싶었죠.”

그는 지난해와 올해 타격에서 특별히 바뀐 게 없다. 그런데도 벌써 4개의 홈런을 날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기분좋게 홈런부문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승엽은 3개로 2위권.

뭐가 달라졌을까. 마해영은 “홈런에 관해선 그 친구(이승엽)가 한수 위라고 인정했다. 올해는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내 스타일만 지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굳이 설명하자면 ‘마음을 비웠다’고나 할까.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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